“과로에 간호사 유산까지”… 아주대·정부 외면에 이국종 교수 외상센터 떠난다
“과로에 간호사 유산까지”… 아주대·정부 외면에 이국종 교수 외상센터 떠난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1.21 11:35
  • 수정 2020-01-2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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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 사업·병동 수용·
간호사 인력충원 등 놓고
아주대-외상센터 갈등 심화

“간호사 인건비 떼 먹는 아주대”
유산·부상 감수하는 여성 동료
희생 더는 두고볼 수 없어
2월 초 외상센터장 사직
지난해 8월2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운동장에서 열린 닥터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에서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8월2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운동장에서 열린 닥터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에서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세상에 피 같은 간호사 인건비를 그렇게 떼어먹는 게 어디 있습니까?”

아주대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상센터 운영에 대한 숱한 문제제기에도 바뀌지 않는 아주대에 지쳤고, 여성 동료들의 희생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날 외상센터장을 그만두고 평교수로 남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욕설 논란 일주일 만이다.

이국종 교수는 우리나라 중증외상치료의 권위자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돼 생사를 넘나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고, 2017년 다섯 발의 총상을 입은 귀순 북한 병사의 수술을 맡았다. 아주대 의대 졸업하고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그는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긴 싸움을 해왔다. 그의 노력 덕에 2012년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 거점 지역에 정부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됐다. 20년 가까이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 없이 고군분투한 이 교수가 더는 외상센터를 맡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아주대병원과 권역외상센터는 운영과 관련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주요 갈등 요인은 △간호사 인력충원 △응급의료전용 헬기(닥터헬기) 사업 △병동 부족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18일 경기도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22억원)으로 간호사 67명을 뽑을 수 있었지만 37명만 충원했다”며 “나머지 30명을 뽑을 예산을 기존 간호사 월급을 주는 데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병원측은 정부 예산 지원 전에 병원 예산으로 외상센터 간호사를 채용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맞섰다.

병상문제를 둘러싼 양쪽의 주장도 다르다. 이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병원 쪽에서) 병실을 안 줘 작년에 한 달가량 (외상센터) 가동을 못 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측은 “본관 병동을 고치면서 755병상 중 100병상을 줄였다. 전반적으로 병상이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외상센터로 환자를 옮겨오는 닥터헬기 소음과 관련해서 민원을 이유로 헬기 운용에 애를 먹었다는 게 이 교수 입장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된다는 빌미로 ‘사업반납’까지 병원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병원 고위층이) 임신 6개월인 응급구조사를 불러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혼냈다”며 “윗사람부터 헬기 소리 때문에 민원이 많다고 야단이었는데, 과연 앞으로 헬기를 (계속) 운항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소음민원이 환자들로부터 지속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가 센터장 사직을 결심한 이유에는 동료 의료진에 대한 미안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는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2019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이 교수가 여성 동료들의 희생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강연 중 여성 동료들의 얼굴과 이름을 화면에 띄웠다. 김태아 외상외과 조교수, 박지예 흉부외과 임상강사, 최성희 영상의학과 조교수, 김지영 프로그램매니저, 김효주 코디네이터, 이인경 마취과 조교수, 권지은 외상센터 간호사 등. 그러면서 그는 “사실 이 자리에서 박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들”이라면서 “저는 오히려 이 같은 동료들을 팔아서 외상센터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행을 하다가 저희 간호사가 유산을 한 적도 있고, 저희 수석코디네이터 의사는 300여 시간 저하고 같이 비행을 하다가 쓰러진 이후에 다시는 비행을 하지 못한다. 얼마 전 손가락이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을 했다”면서 “물론 그렇게 손가락이 부러지고 유산을 하고 그럴 때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헬기를 타고 출동할 때 (부상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주대 외상센터 간호사 증원 등의 논란과 관련해 “아주대 병원 측에서 법과 제도를 어긋나게 행동한 것은 없다. 법정 제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쓰고 있다”면서 “(병원과 이 교수와) 양자간에 포용과 협력이 가능할 텐데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외상센터가 잘되려면 이 교수뿐 아니라 병원 체계도 잘 움직여주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는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외상센터장 사직이 총선 출마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에 “원내 정치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느냐”며 센터장을 사임한 뒤에는 평범한 교수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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