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 캣맘의 보통날] ⑥ 으뜸 감동, 입양의 기쁨
[사직동 캣맘의 보통날] ⑥ 으뜸 감동, 입양의 기쁨
  • 조은 작가
  • 승인 2020.01.17 07:00
  • 수정 2020-01-17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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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캣맘이 갑자기 떠난 뒤
세상에 홀로 남은 거묘 ‘뽀리’
따뜻하게 안아준 입양인들
사직동 캣맘이 입양 보낸 고양이. ©조은
사직동 캣맘이 입양 보낸 고양이. ©조은

 

새해를 맞으며 내가 구조해 입양 보낸 고양이들 소식이 끝없이 들려왔다. 반려인의 마음 또한 구조자인 내 마음과 비슷한가 보다. 안부가 궁금하던 차에 날아오는 상큼한 문자와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녀석들을 포기하지 않고 입양 보낸 내 능력이 새삼 놀랍다.

품에 안은 고양이와 더불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싸움이 끊일 날 없던 집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어떤 평화를 가져왔는지 알리는 내용은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이녀석, 잘 지내고 있구나!’ ‘그래, 거기서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라!’ 하며 문자를 읽는 시간이 꿈만 같다.

고양이 하나하나가 다 절묘하게 입양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는 뽀리이다. 뽀리는 앞서 썼던 우리 동네 BMW 캣맘이 집으로 들인 거묘이다. 자기 집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우리 동네 입구로 날마다 BMW를 몰고 와 고양에게 밥을 주고 가던 캣맘은 정말 생각지도 않은 죽음을 맞았다. 반려인의 불행은 그 혼자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뽀리는 폐쇄된 집에 방치된 채 변기의 물만 먹으며 보름을 견뎌야 했다. 캣맘은 부자였다. 가족들도 모두 부자였다. 하지만 캣맘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동물혐오주의자라 할 만 했다. 캣맘이 갑자기 떠난 뒤 아무도 없는 집에 갇혀 굶어 죽어가고 있는 뽀리를 살려야 한다는 호소에 아이비리그 출신의 젊은 작곡가이자 교수인 언니는 콧방귀를 뀌었다. 결국 뽀리를 구조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뽀리는 무척 순한 고양이였다. 10kg 가까운 거구의 이 고양이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과 행동으로 보는 사람을 뭉클하게 하곤 했다. 갑자기 캣맘이 세상을 떠난 뒤 나는 빈 집에 갇힌 뽀리 때문에 잠을 설쳤고, ‘어쩜 아직도 살아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으로 구조 방법을 찾았다.

뽀리를 다시 입양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뽀리가 반려인의 죽음을 직접 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몸집도 입양의 장애물이었다. 백 일 넘도록 좁은 입원실에서 지내는 거구의 뽀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러던 어느 날, 안락사 직전의 초식동물만 형편껏 구조해서 죽을 때까지 보살펴준다는 회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식동물이라기에 얼핏 토끼를 생각했는데, 그 회사에서 구조한 동물은 대부분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회사에는 이미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고,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짓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길고양이 구조는 더 이상 안된다는 사규가 있다는 말도 들렸다. 고양이나 개를 구조하기 시작하면 나 같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와 도움을 청할 테고, 회사의 존립이 흔들릴지도 몰랐다. 우리나라에는 불쌍한 동물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도 내가 매달릴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뽀리는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너무도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그만 포기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그때, 구조한 동물의 생명 앞에서 구조자가 자존심도 버릴 수 있는지 여부가 마지막 관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경영자의 자비심 덕분에 뽀리는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뽀리가 병원을 떠나던 날의 풍경이 아직 눈에 선하다. 회사에서 나온 두 명의 담당 직원이 뽀리를 차에 태우기 전, 나는 잠시 녀석을 안아주었다. 순하디 순한 녀석의 네 발바닥에서 줄줄 흐르던 땀이 내 살갗에 닿았다. 그처럼 거구의 고양이가 엄청난 불안 중에 낼 수 있는 비명이 고작 가녀린 “야아옹~” 뿐임이 너무도 이상했다.

녀석은 잘 안착했다. 먼저 그곳에 가 있던 고양이들에게도 사랑 받았고, 늘 건강을 체크해주는 직원과 전속 수의사까지 두고 인기 절정의 남은 생을 살고 있다. 녀석을 중간에 두고 여러 고양이가 그루밍해주는 사진을 보자 ‘아, 이제 됐다!’라는 안도감에 웃음이 아닌 눈물이 났다. 뽀리를 받아준 회사 대표와 직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다시 콧날이 시큰해진다.

동네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이 좀 바뀌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요점은 인간은 다 알았다고 믿게 되는 순간부터 다시 검증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반면에 고양이는 알면 알수록 아름답고, 모기만큼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순한 존재이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내게 복 많이 받으라고 새해 인사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그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다. 인간 곁에서 굶거나 고통 받는 생명들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 복 받으라는 말을 자꾸 듣다보니 나는 이미 복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는 더 많은 복을 받게 될 것도 같다. 너무도 유난스런 이 일이 결코 복 받기 위한 것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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