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해와 같이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맡고 손을 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민생경제와 정치·사회·외교·안보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여당은 “(대통령이) 진솔하게 답변해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섰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심을 저버리고 임기 내 폭정을 계속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였다”고 혹평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국민의 몫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심은 말이 아니라 눈빛과 표정, 시선에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가령,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초법적이다”라고 수 차례 언급하고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단호함을 보였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질문에선 시선이 아래로 향하면서 짧은 한숨을 내뱉는 등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빚을 졌다”며 여전히 강한 애정을 보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겠다”며 ‘집값 원상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란 사태가 북한에 미칠 영향을 묻는 미국 CNN 기자의 질문엔 약 10초간 침묵이 흐를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말, 시선, 몸짓보다 대통령의 인식에 진실이 숨어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현실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향후 정책 구상과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우선, 경제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국민의 생각과도 괴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지표가 줄고 긍정적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도 “고용이 회복되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0.3% 줄어들며 10년 만에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취업자 수가 2017년 10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25개월 연속 동반 감소하고, 제조업·금융보험업 등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줄었다. 대통령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정 기조가 변하겠는가? 현 경제 위기 상황에선 정책 기조가 안 바뀌면 경제 회복도 힘들다는 것이 중론인데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지 않고,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연일 막말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민의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한찬 진행 중인데 대통령이 수사라인을 전원 교체한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인식한다면 이것은 정도가 아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살아있는 권력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미흡한 것은 여성 정책 관련 질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년 한해 정부가 어떤 여성 정책을 펼쳤고, 올해 여성 정책의 중점 과제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작년에 여성가족부는 핵심 여성 정책으로 성 평등 정책 총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성 평등 의식 문화를 확신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8개 정부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전담부서 협의체 운영을 통해 성 평등 문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경력단절 여성의 재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일에도 주력했다. 2016년 여성 고용율이 56.2%였는데 2019년엔 58.4%로 증가했다. 또한, 2016년 경력단절 여성이 약 192만명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약 170만명으로 줄었다. 집권 4년차에 총선이 있는 올해 여성의 삶과 여성의 대표성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오는 여성 정책이 만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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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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