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분 신년 기자회견
“윤 총장,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정시간을 넘겨 108분 동안 진행된 이번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경제문제 등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 현안에 대해 답했다. 22명의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고, 발언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목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검찰 인사 갈등과 청와대 대상 수사, 검찰 개혁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면서 “검찰은 여전히 중요한 사건들에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직접 수사권을 가지는 사안에 대해 영장 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가지 수사를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 관행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다.

문 대통령은 검사장급 인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갈등을 빚은 데 대해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인사안을 먼저 달라는 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법무장관이 인사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만 의견 제시할 수 있겠다고 했다는 건데, 이는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사에 대한 의견을 말해야 할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 그러면 얼마든지 따라야할 일인데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인사 프로세스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 당일 오전 인사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을 과천 법무부 장관실로 불렀으나 윤 총장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면서 거절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 대통령은 다만 “인사에서 검찰총장이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다”며 “(검사장급 인사)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 “윤 총장은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 대해 좀 더 인식하면서 검찰의 조직문화, 수사관행을 고쳐가는 데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조 전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찰 개혁에 기여가 컸다”며 “그분의 유무죄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임명 이후 국민들 간 논란과 분열상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제는 국민도 조 전 장관을 놓아주고 재판 결과에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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