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화방 유출
여성 품평하고 성 착취 정황
누리꾼은 피해자 신상 털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북대 간호학과 남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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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성들의 대화 속에서 여성들은 눈요기꺼리가 됐다. 최근 배우 주진모(45)씨와 또 다른 배우 A씨가 나눈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대화가 유포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관심은 이들의 카톡방 대화와 사진 속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유출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연예인 지망생 등을 “세뇌시켜서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얼굴 사진과 나체 뒷모습 사진 등을 공유하고 강남구 소재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0일 여성 성 착취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사성은 주씨와 A씨를 향해 “지난해 뉴스에 여러 번 오르내렸던 정준영이라는 후배를 알고 계시냐. 몇 번이나 공론화되고 있는 각 대학 단톡방 성폭력 사건들을 알고 계시냐. 당신들은 그들이 그렇게 해도 되는 세상을 만든 직접적인 요인”이라며 “여자들은 더 이상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누려온 더러운 성 착취 문화와 그것을 가능케 한 젠더 권력은 당신의 지위와 함께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씨의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 관계자는 확인을 위한 전화 통화에서 “무분별하게 배포되고 있는 관련 내용을 어떠한 경로라도 재배포 및 가공 후 유포할 경우 법무법인을 통해 강력하게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포된 대화가 실제 주씨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해킹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7일 주씨의 소속사가 “최근 주씨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며 “해커로부터 금품을 요구받고 있다”고 밝힌 뒤 이 사건은 주씨를 해킹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0일부터 B, C, D 등 주로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티니에 카톡방 내용이 급속도로 유포되면 카톡방에 등장하는 여성들, 특히 얼굴이 알아볼 수 있게 공개된 여성들이 피해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주진모 ○○○ 카톡’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수십 장에 이르는 카톡 대화 캡처에는 여성들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유출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모두 드러나 있다. 지난해 ‘정준영 단톡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와 2차 피해에 대한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카톡방에 등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신상털이’가 나타나면서 2차, 3차 피해가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얼굴 사진과 일부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들을 특정하며 카톡 대화내용과 다를 바 없이 피해자들을 품평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부럽다”거나 “잘 노는 ‘인싸’들 대화 같은데 뭐가 문제냐” 등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조현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명확한 피해자는 여성들이지만 사실상 이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는 상황”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요청해 SNS에 끊임없이 번지는 유출 대화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할 수는 있으나 온라인 환경 특성상 원천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도 카톡방 내용 유포 등 여성들 피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피해자 주씨의 연예 활동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 뉴스검색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54개 주요 매체들은 주씨와 관련해 169건의 언론 보도를 내놨다. 이 중 27%(46건)가 스마트폰 ‘해킹’과 방비책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주씨 아내의 SNS상황 등 사건의 본질과 관련없는 가십성 기사가 18%(31건)에 달했다. 피해 여성들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쓰기도 했다(내일신문). 

주씨의 카톡방 해킹 사건은 그 자체로 범죄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주진모 외에도 아이돌 가수와 셰프 등 유명인 10여 명이 스마트폰을 해킹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해커들은 스마트폰에서 빼낸 각종 메신저 내용과 사진 등을 이용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요구하며 유명인을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포함해 “전방위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닌 남성 연예인들의 ‘카톡방 성착취’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유포된 대화내용은 2013년부터 14년 중 오고간 내용이라고 알려졌다. 불법촬영과 유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공소시효가 7년이다. 만약 유포된 카톡 내용이 고의로 편집된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카톡방 사진이나 대화에 나오는 당사자가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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