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의 앞서나간 패션, 그 자체가 철학이었다
조지아 오키프의 앞서나간 패션, 그 자체가 철학이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0.01.16 19:00
  • 수정 2020-01-17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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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발렌시아 대표 여행에세이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
ⓒ유비앤코
ⓒ유비앤코

“내가 어디서 태어나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내가 거기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 왔느냐 하는 것이다.”(조지아 오키프)

꽃과 동물 뼈, 꽃을 그렸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그림이 숨을 쉬듯 움직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의 이야기다. 100세를 살며 수많은 미술 작품을 남긴 그는 옷을 잘 입는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확고하면서 모던한 패션스타일을 추구했다. 소위 패셔니스타였던 것이다.

조지아 오키프의 미술 작품과 그가 입었거나 소장한 옷의 흔적은 최근 발간한 에세이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의류브랜드 발렌시아 대표 김영일씨가 쓴 여행 에세이다.

김 대표는 패션 브랜드 대표이면서 화가다. 매년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한다. 몇 년 전부터 미술사 공부를 시작한 그는 그림을 즐기면서 조지아 오키프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번 에세이는 김 대표가 오키프를 만나는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키프는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지만 그의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오키프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날아갔다. 뮤지엄과 갤러리 세 곳을 눈이 빠지도록 돌아다녔지만 발견한 오키프 작가의 미술 작품은 고작 두 개 뿐이었다. 황당함을 느낀 것도 잠시. 아들의 도움을 얻어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텀 샬렘에서 오키프 기획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리빙 모던’이라는 제목의 전시. 김 대표는 그곳에서 오키프 작가가 생전 입었던 옷과 구두, 그림, 도구 등을 만났다. 라운드 넥크 중앙에 꽃잎이 달린 백 아이보리 블라우스와 핀턱과 작은 프릴로 장식된 미니 타이 백색 블라우스가 김 대표의 눈을 사로잡았다. 핀턱 장식이나 작은 자개 단추가 달려 있는 것으로 봐선 수공예 장인이 만든 작품으로 보였다.

미국 뉴욕의 모마 미술관에서 김영일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  ⓒ본인 제공
미국 뉴욕의 모마 미술관에서 김영일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 저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인 제공

1930년대 여성복은 컬러풀한 색상에 여성성을 강조한 옷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키프 작가는 검은색과 하얀색,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옷을 맞추기 위해 뉴욕에서 스페인까지 건너갈 만큼 정성을 쏟았다. 오키프 작가는 유행을 따르기도 했고 때로는 시대를 초월하는 패션 디자인을 즐겼다. 선지자적 예술가였다.

김 대표는 깨달았다.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표현해주는 옷은 작가에게는 작품과 궤를 같이하는 절대적 대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그에 맞는 복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개성과 철학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옷에서 답을 찾았다. 영화에서 의상이 중요하듯 각자의 일상의 의상이 각자의 이미지를 만든다. 특히 그는 50세가 지난 사람들일수록 멋쟁이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삶이 행복하고 성공했는지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패션”이라며 “패션만큼 중년의 우울증을 치료해 주는 대상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의 이번 에세이는 두 번째다. 2017년 세기의 디자이너이자 천재사업가 ‘가브리엘 샤넬’이 걸어온 인생을 좇아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둘러보고 쓴 『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길』가 첫 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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