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 홈쇼핑 채널
7개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적 사례 22건
성평등적 사례 1건
"미디어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모습 보여줘야"

여성은 음식을 만지고, 남성은 먹기만 하는 사례.(왼쪽 위·오른쪽 위),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는데 남성은 거실에서 쉬거나 일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한 홈쇼핑 광고.ⓒ서울YWCA
여성은 음식을 만지고, 남성은 먹기만 하는 사례.(왼쪽 위·오른쪽 위),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는데 남성은 거실에서 쉬거나 일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한 홈쇼핑 광고.ⓒ서울YWCA

한 홈쇼핑 방송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장면. 출연한 여성은 김치를 먹기 좋게 만들고 도마를 정리하거나 수육을 자른다. 남성 호스트는 주로 맛만 본다. 남성은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김치”라고 말한다. 전복을 판매하는 또 다른 홈쇼핑. 출연한 남성이 “야식이 생각나는 타이밍에 여보, 이것 좀 부쳐줘봐”라고 하자 옆에 있던 여성이 “내가 무칠게”라고 한다. 여성은 전복을 자르거나 초장에 무친다. 남성은 맛을 보고 평가한다.

홈쇼핑 채널에서도 성차별과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장면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YWCA가 지난해 10월23일부터 31일까지 주요 홈쇼핑 채널 7개(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공영홈쇼핑·홈앤쇼핑)를 합쳐 총 60시간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사례는 21건이었다. 성평등 사례는 1건에 그쳤다.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방송 사례’가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은 요리를 전담한 반면 남성은 시식을 하는데 그쳤다. 음식물 처리기 판매 방송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식사는 같ㄷ이 했는데 음식물 처리는 아내만 담당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가 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 다이어트 유산균 판매 장면에서는 여성의 다이어트 전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비췄다. 레깅스를 입은 장면에서는 “다리가 완전 반쪽”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미의 기준이 날씬한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성적대상화’도 1건 있었다. 한 렌터카 판매 방송에서는 스튜디오에 전시된 7~8대 차량 옆에 여성 모델들이 특정 부위가 강조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자동차가 아닌 여성 모델들의 가슴이나 다리 등 특정 신체 일부만 부각했다.

홈쇼핑에 등장한 모델 200명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 가사 일을 하는 모델 23명 중 22명이 여성이었다. 다른 사람을 챙기는 역할은 모두 여성(10명)이었다.

성평등적인 유일한 사례는 GS홈쇼핑의 ‘LG A9 청소기’ 판매 방송이었다. 출연자가 “청소는 엄마만 해야 된다가 아니라 아빠도 하시고 아들도 하고 딸도 해야 된다”, “(청소는) 여성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 등의 멘트를 했다.

서울YWCA는 “홈쇼핑의 주요 시청층이 40~50대 여성이고 이들이 현재 성역할 고정관념 등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에게 미디어가 다양한 세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재현을 보여주어 가정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33조(차별금지 등) 2항을 신설해 판매방송에서 성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규제하기로 했다. 서울YWCA는 “그 전에는 성평등 관련 별도 규정이 없었던 만큼 이번 분석은 홈쇼핑에 이 규정을 적용한 최초 사례 분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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