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현상 미러링한 ‘메갈리아’
홈페이지는 2017년 폐쇄됐지만
일부 남성들, 페미니스트 행보
보이는 여성들 ‘메갈’로 호명

메갈리아 로고 ⓒ위키피디아
메갈리아 로고. 

 

7일 아침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독자로부터 메일이 와있었다.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제목은 ‘진짜 한심하네요’, 내용은 ‘딱 봐도 역겨운 메갈인 거 알겠지만 기사 좀 객관적으로 써라 기사모음 보면 아주 한심해서 토악질 나온다’ 전날 여성들이 온갖 일로 페미니스트라 지목 당하는 상황에 대해 쓴 기사를 썼는데 그게 메일 보낸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듯했다. 의문이 들었다. 나는 어쩌다 ‘메갈’이 되었을까?

메갈은 2015년 8월 개설돼 2017년 사라진 사이트 ‘메갈리아’의 이용자를 뜻한다. 된장녀와 김치녀가 판치던 때 미러링을 통해 여성혐오를 보여준 메갈리아는 남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얼마나 강렬했던지 메갈이 사라지고서 3년이 지났지만 남성들은 헤어진 첫사랑을 떠올리듯 못 잊었다. 그러나 지나간 연애 대부분이 그렇듯 복잡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디테일은 모두 잊었다. 여성들이 그때 “한남충아!” 호명하고 외쳤던 불법촬영하지 말고, 강간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죽이지 말고 등의 요구사항은 거의 잊혀졌다. 다만 “한남충아!”만 남성들의 뇌리에 남아 남성을 불편하게 하고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은 메갈?이라는 공식만 남았다. 

최근에는 정부도 메갈이 됐다. 대검찰청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은 89.2%로 남성 피해자의 9배에 달한다. 높은 범죄 피해로 시작된 여성안전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자 정부는 메갈이 됐다. 여자만 챙기기 때문이다. 유엔도 메갈이다.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 성폭력 무고죄 유죄 선고비율은 6.4%(대검찰청 통계)나 되는 데 남성을 배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웅앵웅’이라고 말한 트와이스 지효도 메갈이다. 남자들이 지금까지 트와이스를 열심히 좋아해줬는데 남성 커뮤니티에서 쓰는 말이 아닌 기분 나쁜 말을 썼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메갈 천지다. 

희한한 것은 어떤 사람들은 메갈이 아니란 거다. 지난 12월 노래 ‘웅앵웅’을 발표한 가수 산이는 메갈이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방탄소년단의 RM과 방송인 유재석도 메갈이 아니다. 억울한 일이다. 그들도 메갈이 될 자격이 있다. 같은 행보를 보인 여성들 모두 메갈이 되지 않았는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들도 훌륭한 메갈이다. 비록 해부학적으로 남자고, 남성들의 심기를 특별히 불편하게 하지 않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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