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급전 필요 때 요긴, 장기 고액 대출 위험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장모씨는 최근 여성전용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원단을 구매하는 데 있어 현금으로 계산하면 20%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외상이나 카드로 구매를 하게 되면 정상가를 다 주거나 카드 수수료를 대신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대부업체를 이용했는데 대출금의 이자를 포함해도 카드나 외상으로 구매한 경우보다 훨씬 저렴해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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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여성전용대부업체는 단연 인기.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진·민원기 기자>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이모씨. 전셋집을 재계약 하는 데 500만원 정도가 부족했다. 일주일 후 적금을 타긴 하지만 일주일 차이로 적금을 깨기도 그렇고 당장 급하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어 여성전용 대부업체를 이용했다. 500만원을 일주일간 사용한 데 따른 이자는 약 6만3000원이다. 생각보다 이자도 낮고 급할 때 사용하기에 편하다고 한다.

계모임에 황급히 나가던 박모씨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핸드백을 열어보고 황당했다.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가장 중요한 돈을 놓고 온 것이다. 다시 집에 가자니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고 곗돈을 두고 나왔다는 얘기를 하면 다른 계원들의 원성을 살 것 같아 난감했다. 급한 마음에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여성전용 대부업체를 소개해줬다. 200만원을 대출 받은 박모씨는 이틀 후 바로 상환하니 이자가 3600원 정도 나왔다. 다시 곗돈을 가지러 택시를 탔다면 이자 보다 더 많은 택시요금이 나왔을 터이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여성들의 수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액세서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송모(34 서울 북가좌동)씨는 “우리같이 소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은행 문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며 “내가 직업이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할 때 애용한다”고 밝혔다.

여성대출 까다로운 은행 틈새 파고들어

대출 절차가 까다롭고 담보를 요구하는 은행이나 카드사 대신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증권거래소 상장 추진, TV광고,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제공 등 적극적으로 영업망을 넓히는 대부업체가 제3금융권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정부의 이자율 제한과 대부업체 등록 명시 등을 기본으로 한 대부업법 시행에 발맞춰 ‘사채시장’으로 불리던 대부업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의 대출이 특히 여성들에게 까다로운 점에 착안해 여성들을 위한 전용대부업체까지 생겼는데 급전은 물론 출산·산후조리, 결혼, 학자금 등의 목적대출 상품으로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주)해피레이디(대표 오승렬)나 (주)여자크레디트(대표 오재희) 같이 여성전용대부업체들은 일반 대부업체와 달리 여성들의 몫돈이 필요한 결혼, 출산대출시 연리를 낮춰주기도 한다. 여성전용대부업체들의 일반 대출은 대출한도 500만원, 연 이율이 65.7%(은행의 경우 대출이자 연 6∼12%, 카드대출의 경우 연 12∼27%)다. 그러나 결혼대출일 경우 연 32.85%, 출산대출일 경우 연 51.1%로 일반 대부업체 대출과 달리 연이율이 7%∼32%까지 차이가 나 여성에게는 유리한 편이다.

또한 여성전용대부업체들은 여성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산뜻한 실내 인테리어와 화장실 비데 설치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없애기 위해 여성복지단체 지원 등의 사회공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 등록 대부업체 확인해야

그러나 아무리 여성전용이라 해도 대부업체이긴 마찬가지. ‘급하게 소액으로 단기간 빌릴 때’는 유용하지만 대출기간이 길어지거나 무분별하게 이용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보호원 금융팀 신용묵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먼저 은행, 상호저축, 신용대출 등의 제1, 2 금융권 금리와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그래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각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로 규모가 큰 곳이 그나마 안전하다”며 “상호와 이자율 등을 명시해 광고하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연체시 부당한 채권추심을 하거나 대출 받을 때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피하라”고 당부한다.

내가 이용하려는 곳이 정부에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각 시도청의 대부업 담당 부서를 찾아 문의하면 된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청 산업국 소비자보호과( 02-3707-9333)에 문의하거나 서울시 산업경제정보통신망 홈페이지(econo.metro.seoul.kr)에 들어가 상단에 있는 ‘소비자보호’란 ‘대부업등록’을 클릭하면 등록된 대부업체까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인천촵울산촵광주광역시는 경제통상국, 부산광역시는 경제진흥국, 대전광역시는 경제과학국, 대구광역시는 경제산업국에 문의하면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아무리 급해도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살핀 후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대부업체 사용시 점검사항

① 각 시도청 대부업 담당 부서에 문의해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한다.

② 방문한 대부업체 영업장소에 다음과 같은 사항이 명시됐는지 확인한다 = 대부이자율 / 이자계산방법 / 변제방법 / 대부업 등록번호 / 연체이자율. 또한 계약 내용을 고객에게 설명해주는지도 확인한다.

③ 대부업자는 연 66%(단리로 환산해 월 5.5%, 일 0.18%)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자율을 꼼꼼히 확인한다.

④ 이자율 산정에 있어 사례금·할인료·수수료·연체이자·선이자 등 명칭에 관계없이 대부와 관련해 받는 것은 이자로 간주, 이를 포함해 연 66%를 넘을 수 없다.

⑤ 등록된 대부업자들의 이자율 눈속임도 조심해야 = 대부업법은 3000만원을 넘어서는 대출금에 대해 금리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를 악용해 3000만원 미만을 대출 신청한 사람에게 그 이상을 대출받도록 강요한 뒤 초과분에 대해 고금리를 매겨 당일자로 이자를 회수하는 방법도 동원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⑥ 대출계약서상의 금리는 연 66% 이하로 받더라도 부수적으로 건강보조식품 등을 원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떠넘겨 결과적으로 66% 이상의 이자를 받는 업자들도 피해야 한다.

⑦ 계약서 반드시 교부받아야 = 계약을 체결했으면 반드시 대부업자의 명칭, 성명, 주소, 계약일자, 대부금액, 대부이자율, 연체이자율, 변제기간 및 변제방법, 일체의 부대비용 등이 기재된 계약서를 받아둬야 한다. 대부업자가 계약서를 주지 않아도 위법이다. 또 채무 당사자 이외의 사람에게 변제를 독촉하는 등의 불법채권추심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⑧ 최고이자율(66%)을 초과한 이자 수취·불법채권추심행위 등을 하는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영업소 관할 시·도, 금감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02-3786-8655∼8), 경찰·검찰 등 사법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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