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자들 귀여워졌다

영화 속 여자들이 여전히 꽃 같은 이미지를 고수하는 마당에 스리슬쩍 남자들이 달라졌다. 꽃미남이건 카리스마맨이건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망가져갔다. 새로 떠오른 남자 주인공, 최근 이상형 남자들을 모셨다. “귀엽지? 사랑해줘”라며 꼬리를 살살 흔들며 졸라대는 이 시대 남자들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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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에 산다>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는 별난 영화다. 배경은 부산, 모두가 부산 사투리를 쓴다. 아주 질펀하게. 딱 한 사람만 빼고. 여주인공 손예진이다. 왜 손예진만 사투리를 쓰지 않았냔 질문에 차태현이 말했다. “손예진은 대구가 고향이다. 사투리 원단이다. 그런데 사투리를 써보니 정말 깼다. 그래서 그냥 가기로 했다.”우리 영화속 여배우들이 리얼리티를 내팽개치면서까지, 여전히 꽃 같은 이미지를 고수하는 마당에 스리슬쩍 남자들이 달라졌다.

꽃미남이건 카리스마맨이건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망가져갔다. <그대안의 블루>에서 안성기가 보여줬던 카리스마 만땅의 전문직 남성이미지나, <경마장 가는 길>의 문성근이 보여줬던 우유부단하지만 고뇌하는 지식인 남성이나, <비트>의 정우성이 보여줬던 고민이 많아서 반항하는 청춘 시대는 전설의 고향급이다. 과거 부드럽고 진지한 캐릭터 전문이던 유동근이 <가문의 영광>,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 등으로 망가짐의 최전선을 걷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새로 떠오른 남자 주인공, 최근 이상형 남자들을 모셨다.

돈은 많다. 머리는 없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

돈은 많다. 주먹도 세다. 잘 생겼다. 그러나 머릿속에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유가 있다. 아무 생각도 안 하기 때문이다. 어떡하면 아버지를 피해 잘 놀아보나 생각밖에. 그러나 이렇게 멋지다니? 과거 정우성이 <비트>로 뭔가 고뇌를 간직한 채 반항하던 청춘 시대는 갔다. 돈 많은 안소니 왕자 시대도 갔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 만화 <꽃보다 남자>의 츠카사와 비슷하다. 일본 재벌2세인 츠카사야말로 단순무식 왕주먹 오렌지족의 원조다. 과거였다면, ‘뭐 이런 깡통이 있나’쯤으로 제쳐놨을 인물이지만, 지금은 당당히 주연급이다. 그리고 모든 여자들은 바란다. 이런 남자의 프로포즈를.

주의사항 : 처음엔 좋다. 복잡하지 않고 쿨해서. 하지만 장점의 시대가 가고, 단점의 시대가 오기 마련. 쿨함이 왕단순무식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대책 없다. 성인다운 대화와 생각을 나누고 자시고 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망가짐에 산다

<역전에 산다>의 김승우

과거 김승우의 별명을 아나? 귀공자였다. 요즘으로선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300원짜리 라이터 하나에 목숨 거는 백수에, 사모님 지루박 파트너도 마다 않는 증권사 영업사원이다. 얼굴만 반반하지, 얼빵하기가 옥동자 지능지수를 능멸한다. 하지만 털코트보다 털털한 성격이나 순박함이 매력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 무협지계 거물로 <영웅문>의 저자 김용의 무협 시리즈 중에 변형 히어로가 있었다. 정정당당 빼면 시체던 남자 주인공이, 어느날 사정없이 망가졌다. 위소보다. 갈팡질팡 오락가락, 그래서 인간적이어서 멋지던 캐릭터. 우리 드라마에서 강남길이 이런 역 단골이었다.

주의사항 : 강남길과 심혜진이 부부로 나왔던 <장미전쟁>을 떠올리면 된다. 되는 일 없고, 오락가락 도사다. 뭔가 묵직하고 일 하난 기차게 잘하는 남자로 변신하길 기대하지만 않으면 좋다. 집안꼴이 이게 뭐냐고 도끼눈을 뜰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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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수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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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과외하기>

귀엽지? 귀엽지? 사랑해죠 잉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차태현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는 한결 같다. 귀엽다. 큐트 가이. 유머감각 풍부하고, 여자친구 말씀이라면 껌벅 죽는다. 반항? 그런 건 모른다. 어깨에 뽕 들어간 일명 ‘가오’? 그게 뭐여요? “어떻게 해도 양아치로 보이질 않아, 복서 장정구를 떠올리며 뽀글뽀글 머리를 볶았다”는 말마따나, 그는 어찌 해도 조폭하고 거리가 멀다. 조폭 하기엔 너무 귀여운 그대다. 딸랑딸랑, 이도령의 방자마냥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며, 항상 웃음을 안겨줄 것 같은 남자. 최근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자친구 1순위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 일본 만화 <너는 팻>이다. 여자는 애완동물마냥 남자를 키운다. 드디어 남자들이 애완동물과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주의사항:뛰어난 수입을 자랑하는 직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 재산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면 모르지만! 가난한 집 아들이라면 노 땡큐다. 자수성가를 이룰 것 같진 않다. 알콩달콩 소시민 생활에 만족한다면 최고의 남편감. 일찍 퇴근해서 애 업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하난 기막히게 잘하리라 보장한다. 단, 변신 로봇일지 모르니 주의하라.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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