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꽃의 비밀’

연극 ‘꽃의 비밀’의 주인공들은 부부다. 남편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자 이들은 보험금을 타내기로 결심한다. 남장을 하고 보험공단 의사를 기다린다. ⓒ파크컴퍼니
연극 ‘꽃의 비밀’의 주인공들은 부부다. 남편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자 이들은 보험금을 타내기로 결심한다. 남장을 하고 보험공단 의사를 기다린다. ⓒ파크컴퍼니

 

시종일관 웃긴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에서 공연 중인 연극 ‘꽃의 비밀’(연출 장진)은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코믹한 대사와 주인공들의 셀 수 없이 다양한 얼굴 표정, 예측불허의 상황이 웃음소리를 멈추지 않게 한다. 주부 네 명을 극의 전면으로 내세운 이 작품에서 무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오롯이 여성들이다. 유일하게 하나 뿐인 남성 캐릭터는 보조적이고 주변인물로 등장한다. 주부들이 남편을 흉보는 장면은 시트콤이나 코미디 영화에서 수없이 그려진 에피소드이지만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펼치는 코미디 연기에서는 의외의 아슬아슬함과 기대가 교차한다. 2015년 초연해 2016년 재연하고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소피아와 자스민, 모니카, 지나는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에 산다. 결혼생활이 길고 짧고를 떠나 남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그런 점은 늘 아쉽지만 결혼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들이 없는 낮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이 이들의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넷의 남편에게 사고가 발생한다. 타고 가던 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린다. 평소 헐뜯던 남편의 사고 소식에 주부들이 눈물을 훔친 것도 잠시. 소피아와 자스민, 모니카, 지나는 남편들이 가입한 보험금을 타기로 결심한다. 이들은 남장을 하고 보험공단 의사를 기다린다.

연극은 웃음 속에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삶을 얹어놓았다. 졸업 작품에서 무솔리니를 연기했던 모니카와 공대를 수석 졸업한 맥가이버 지나도 지금은 주부다. 집안일을 하고 장작을 패는데 익숙하다. 소피아와 자스민은 남편 때문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극 중에서 보험은 남편들만 가입했다. 그래서 이들이 보험금을 타내려고 하는 모습은 일종의 도전이자 그 동안 당한 억압에 대한 해방이기도 하다. 보험금이 있어야만 남편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에서는 이들의 절심함이 느껴지기도 하다. 그래서 이 연극의 웃음의 한 모퉁이에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헛헛함이 있다.

이 연극은 소피아를 연기한 강애심과 모니카 역을 맡은 배종옥을 빼고 논하기 힘들다. 강애심은 때로는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뜨면서 엉뚱한 모습을 하다가도 남장을 한 뒤 중후한 목소리를 내며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한다. 술에 취한 채 털털한 모습의 모니카를 연기한 배종옥이 “내 남편 (핸드폰) 번호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는 관객은 웃음과 하나가 된다. 120분. 중학생 이상. 3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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