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옹은 페이크다’ 논란, 방송 출연 동물의 복지는 어디 있나
‘냐옹은 페이크다’ 논란, 방송 출연 동물의 복지는 어디 있나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1.06 15:44
  • 수정 2020-01-06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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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첫방송 직후 동물학대·품종차별
허위입양 계약서 작성 등 시청자 공분
학대 행위 있어도 사실상 처벌 불가
ⓒtvN ‘냐옹은 페이크다’
‘냐옹은 페이크다’에 출연하는 스코티쉬 폴드 종의 4개월 어린 고양이 껌이. 스코티쉬 폴드 종은 성장함에 따라 연골이 녹아내리는 골연골 이형성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종이지만 방송에서 해당 사항은 안내되지 않았다. ⓒtvN ‘냐옹은 페이크다’

 

동물이 등장하는 TV프로그램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림자 또한 짙다. 5일 첫방송을 한 tvN ‘냐옹은 페이크다’가 허위 입양계획서 작성, 동물 학대, 품종 차별 등 갖은 논란을 빚고 있다. 제작진은 입장문을 게시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송과 영화 등에 출연하는 동물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냐옹은 페이크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정확한 사실 관계를 고양이를 입양보낸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 측에 알리지 않은 것을 사과했다. 제작진은 “입양 절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나비야 사랑해'의 기본 신념과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봉달이의 거처나 추후 계획에 대해서는 '나비야 사랑해'의 입양과 관리 원칙에 맞춰 함께 논의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 발표에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냐옹은 페이크다’는 5일 첫 방송 직후 SNS와 시청자 게시판에 비판이 폭주했다. 한 시청자는 “고양이를 최소한의 지식도 없이 인형처럼 다루고 그걸 제작진은 방치하고 심지어 숍에서 데려온 스코티시폴드까지 등장하고 뭐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방송에서 고양이는 고양이에 쓰이지 않는 이동장으로 이동하다 구토를 했고 적절하지 못한 합사 방법으로 합사됐다. 제작진은 유전병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품종묘인 스코티시 폴드를 주의나 경고 없이 방송에 출연시키며 그와 달리 품종이 없는 고양이에 대해서는 ‘촌X’ 등의 표현을 썼다. 

출연 고양이 중 한 마리인 봉달이를 입양 보낸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가 반환을 요구하는 공문을 공개하며 논란이 더 커졌다. 펜타곤의 우석이 방송 종료 이후까지도 맡아 기르고 우석의 집에서 촬영되는 것으로 알고 보호소 고양이에 대해 알리기 위해 입양 보냈는데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나비야 사랑해’ 측은 tvN에 공문을 보내고 “입양에 대한 주체와 사실이 다른점과 실제 거주지가 아닌 임시 촬영 장소인 점에 근거해 입양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였음에 따라 계약 파기를 진행한다”며 봉달이를 반환할 것을 청구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정종영PD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또 조금 어린 사람들 중에서 뽑으려고 했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계몽적인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PD가 제작 의도에서 공익적인 요소보다 예능적인 부분이 크다고 밝혔으나 네티즌들은 최소한의 지식 전달도 없이 웃음 유발만을 위해 동물을 학대하는 것 아니냐며 제작진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며 동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SBS의 ‘TV동물농장’이 19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출연한 동물 행동 지도사와 수의사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동물이 주제가 아니더라도 과거 ‘1박2일’에 출연했던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의 개 ‘상근이’나 ‘삼시세끼’의 장모 치와와 ‘산체’ 등도 큰 사랑을 받았다.

방송에 출연하는 동물은 늘고 있으나 출연 동물에 대한 복지는 제작진의 노력에 달렸을 뿐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번 ‘냐옹은 페이크다’ 사태에서처럼 동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 자체를 웃음거리로 삼으려는 가벼운 제작진의 태도에는 동물권과 동물 복지에 대한 낮은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작진에게 동물은 방송에서 웃음이나 감동을 유발하는 하나에 도구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종료 이후의 거취나 촬영 도중의 사고 등에 대해서는 가볍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가 방송 촬영 중 일어나도 규제할 방법도 없다. 동물보호법에는 방송 출연 동물에 관한 규정이 아예 없다. 학대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항목으로 제3조 등을 적용할 수는 있으나 ‘냐옹은 페이크다’의 고양이들처럼 같이 소유권자가 불분명한 경우 책임을 물을 곳이 마땅치 않고 묻는다 하더라도 처벌 수준은 미비하다. 따라서 방송을 통해 학대에 준하는 행위가 일어나거나  방송 제작 종료 후 제작진이 동물을 임의 처분해도 법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는 법적인 처벌을 기대할 수는 없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 조치 등만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방탄소년단은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실제 말을 무대에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말은 청력이 예민해 폭음 등 큰 소리에 잘 놀라고 겁도 많아서 경주마 등은 정면만을 볼 수 있도록 시야 가리개를 착용하기도 한다. 조명이 순식간에 변하고 큰 음악소리가 이어지는 무대에 말이 등장한 것에 대해 동물 전문가들은 학대 행위라고 지적했으나 해당 무대 기획자나 방송사에 대한 제재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영국의 경우 동물과 관련된 모든 시설은 반드시 정부에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어 그 범위 안에 동물 출연 방송 제작처도 포함된다. 또 독일도 법에 따로 이벤트나 방송에 출연하는 동물에 관한 보호 규정이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동물학대에 대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기준의 마련이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학대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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