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비례대표 출마를 접고 4.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 중진들에게 험한 길로 나가달라고 촉구하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입당 1년도 안 된 사람이 험지 출마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그게 무슨 큰 희생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당연한 수순인데 무슨 큰 희생이라고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나”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가 자신을 비롯한 당 유력 인사들을 겨냥한 것임을 의식한 대목이다.
황 대표가 말한 험지가 정치권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붙을 종로일 가능성이 높다. 홍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마지막 정치 일정은 보수 텃밭인 고향인 창녕이나 자랐던 대구을, 경남 밀양·의령·함안 등에 출마해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돌아가 고향에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전 대표는 “위기 모면책으로 보수통합을 선언하고 험지 출마 운운하면서 시간을 끌고 그럭저럭 1월만 넘기면 자리 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한국 사회 양축인 보수, 우파 집단 전체가 궤멸당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박근혜 정권의 2인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권 궤멸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신 분이 또 한국 보수, 우파 전체를 궤멸시키려고 하시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두 달 전에 선언한 대로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 황 대표님 밑으로 들어올 사람 아무도 없다”라며 “늦으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수렁에 계속 빠진다. 나를 버리고 나라의 미래를 보시라”라며 황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홍 전 대표는 “패트스트랙으로 기소되면 공천을 받아본들 본선에서 이기기 힘들고 이겨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아래서 보궐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는 무능,무책임의 극치 정당을 갖고 총선이 되겠느냐”며 날을 세웠다. 황 대표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나경원 의원 등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점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황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와 연대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해 홍 전 대표는 황 대표가 기독교계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신념으로 정치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으로만 정치하면 그 정치가 제대로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주변에 들끓는 정치 브로커들의 달콤한 낙관론으로만 현 위기 돌파가 아직도 가능하다고 보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황교안 대표는 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 당내 중진 의원들도 함께 험한 곳으로 출마하기를 요구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현재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이나 고향인 경남 밀양, 창녕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