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의 여아 완구 코너. 역할놀이 장난감, 코스메틱 제품들이 눈에 띈다. ⓒ여성신문
한 대형마트의 여아 완구 코너. 역할놀이 장난감, 코스메틱 제품들이 눈에 띈다. ⓒ여성신문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1호 진정은 영유아 물품에 적용되는 성차별적 성별구분을 시정해달라는 요구가 됐다. 

2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기능과 무관하게 영유아 물품에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표시하는 것은 아이들이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진정을 냈다. ‘소꿉놀이는 엄마놀이’ 등의 표기 또한 구시대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며 성별관계 없이 아동들이 원하는 일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므로 인권위가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정인은 정치하는엄마들이며 진정 접수에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출생한 6명의 아동들이다. 

이들이 인권위에 진정한 구체적 인권침해 사례는 △더블하트(유한킴벌리)의 젖꼭지 △오가닉맘(중동텍스타일)의 영유아복 △BYC의 유아동 속옷 △메디안(아모레퍼시픽)의 치약/칫솔 △모나미의 연필/크레파스 등 문구류 △모닝글로리의 스케치북 △영아트의 초등노트 △영실업의 콩순이 팝콘 가게 등 완구류다.

남궁수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영아기에는 양육자가 제품의 성별구분을 무시하고 선택 구매할 수 있지만, 유아동기로 남아/여아 속옷의 형태가 달라지므로 선택권 자체가 박탈당한다”며 “아이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여자 꺼 남자 꺼라는 규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이는 엄연한 인권침해며 인권위가 만연한 성차별을 방관하지 말고 상식적인 결정을 조속히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이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하는엄마들이 2019년 3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3월부터 어른들과 사회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핑크 노 모어’ 캠페인을 해왔다. 

해외에서는 진작부터 완구류 등에 색상 등을 포함한 성 고정관념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2012년 북유럽 최대 완구업체인 ‘탑-토이’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성 중립적인 크리스마스 카탈로그를 제작했다. 당시 남녀 아이가 함께 파란색 부엌세트를 갖고 노는 모습 등이 카탈로그에 실렸다.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 아마존은 2015년 성별 구분 없이 어린이용 완구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영국 최대 육아사이트인 ‘멈스넷(Mumsnet)’이 2012년 시작한 ‘렛 토이스 비 토이스(Let Toys Be Toys)’는 어린이 완구 성별 구분을 없애는 캠페인이다. 활동 1년 만에 영국 등에서 접촉한 14개 주요 소매점 중 7군데에서 남녀를 구분한 문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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