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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그로 <앉은 누드>.

누드화보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높기만 하다. 요즘은 연예인 누가 누드화보를 몇 억에 계약했느니 이미 찍었느니 하는 소문도 무성한 걸 보면 누드화집은 미학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효용가치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누드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벗은 몸이다. 사람의 벗은 몸, 아니 자연 그대로의 몸은 아름답기만 하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은 사람들의 탄력 있고 균형 잡힌 몸에 늘 감탄하지만 , 사실은 대중탕에서 바라보는 중년 여성의 몸도 정말 아름답다. 중년의 나이를 넘겨 삼각형의 몸매가 되었다 해도 여전히 사람의 몸은 아름답다.

강의 중 중년여성들에게 ‘이제는 대중탕에서 보는 엄마들의 삼각형 몸매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하면 위로를 한다고 느끼는지 못미더워 하는 눈치이지만 나는 정말 그렇다고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미학적인 기준이 바뀌어서인지 요즘은 젊은 여성의 팽팽한 몸매도 아름답지만 나이든 여성의 것에 오히려 감탄할 때가 많다. 그 무르익음, 완숙함,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은 이십대의 신선함에 못지 않은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이십대엔 신선함과 풋풋함이 아름답고, 삼십대는 당당함과 열정으로 아름답고, 사십대를 지나면서는 인생을 이해하는 완숙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중년을 넘기는 어떤 남성은 ‘어떤 나이의 여성이 가장 아름다운가?’묻는 질문에 ‘어떤 나이도 다 아름답다’고 대답한다. 정말 현명한 대답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둘 필요가 없고, 몸의 곡선이 다소 무너진다 해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정말 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자신의 신체상에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고 혹자는 말한다.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섹스 할 때도 ‘내 몸매를 여전히 좋아하는가’에 불안해하며 정작 사랑의 표현에는 소극적인 몸짓으로 응한다.

남편이 섹스에서 불만을 느낀다고 하면 대개 그것은 소극적이고 심지어 거부가 느껴지는 아내의 태도 때문이지, 아내의 몸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성학자는 ‘여성이 느끼는 섹스의 만족도는 자신의 신체상에 느끼는 만족감과 비례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의 몸을 좋아한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외모보다 그가 가진 인격과 심성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알게 되고, 서로를 위안하는 마음에 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성잡지를 포함한 모든 매체는 여성의 가치를 외모로만 평가하여, 성형수술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줄을 선다 하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 아닌가 한다.

조각한 듯한 외모는 쉽게 싫증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조각한 듯한 외모, 찍어낸 듯한 외모가 너무 많아 실로 복제의 세상이 이미 온 것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진다. 예쁘다 싶은 여성들은 거반 비슷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고, 그들의 몸매도 날씬하다 못해 말라서 영양실조가 걱정될 지경이다.

여자의 가슴은 그야말로 지방덩어리라서 얼마간 살이 찐 체격이어야 풍만한 가슴을 가질 수 있건만 요즘은 다 가슴성형을 했는지 비쩍 마른 몸매에 대단한 부피의 가슴을 하고 있으니 생물학적으로 그 하중을 견딜지 걱정스럽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의 누드도 아름답다. 그러므로 정말 자신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쉽게 누드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자연스런 누드가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길 바라고 스스로도 이용하지 않길 바란다.

정말 자신의 아름다운 한때를 기록해 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드화집을 만들어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여 그 아름다움을 나누면 오죽 좋을까? 내 자연스런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자. 그래서 억지로 피를 내고 살가죽을 가르지 말고, 또 돈을 받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팔지도 말았으면 한다.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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