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cm 박나래 예능계 유리천장 부쉈다
148cm 박나래 예능계 유리천장 부쉈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1.02 07:35
  • 수정 2020-01-0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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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BC 연예대상 수상 박나래
라이프 스타일·여행·먹방부터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섭렵
지난해 이영자 수상에 이어
여성 코미디언들 선전
무대 없는 여성 위해
스스로 판을 펼친 송은이
2019 MBC 방송연예대상 박나래. ⓒMBC
2019 MBC 방송연예대상 박나래. ⓒMBC

“제가 키가 148㎝인데요. 많이 작죠? 그런데 여기 위에서 보니깐 처음으로 사람 정수리를 봐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 안했고 누군가의 위에 있다고 생각 안했습니다. 제가 볼 수 있는 시선은 여러분들 턱 아니면 콧구멍이에요. 그래서 항상 여러분의 바닥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게 행복했습니다.”

12월 29일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여성 코미디언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수상하며 그동안 이들이 겪어온 예능계 유리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여성 예능인들의 수상이 많았다. 김숙, 박나래, 송은이, 안영미, 이영자, 장도연, 홍현희까지 2019년의 예능판을 뒤흔든 여성들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자매애와 연대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나래에게 2019년은 뜻 깊은 한해였다. 지난 3월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가 멤버들의 하차로 위기를 겪었을 때 박나래가 메인 MC 자리를 맡으며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갔다. 그는 여성 코미디언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에 이어 파일럿 2부작 예능 ‘스탠드업’의 메인 MC를 맡았고, 지난달 정규편성을 확정지었다. 이어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연소 여성으로 데뷔 13년 만에 대상을 받으며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여성 코미디언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쉈다. 전통적으로 여성 코미디언들은 남성 코미디언의 주변부 역할을 맡거나 외모나 과한 분장으로 웃기는 것에 그쳤다. 데뷔 32년 차 박미선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그우먼에게는 기회가 적을뿐더러 소비되는 이미지가 천편일률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나래 또한 분장 개그를 해왔지만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점차 메인 MC의 대열에 들어서며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이끌어 나가고 다른 남성 예능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코미디언 송은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번 시상식에서 많은 여성 코미디언들이 수상할 수 있었던 것에는 코미디언 송은이의 공이 컸다. 앞서 송은이는 ‘2018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받으며 ‘여자 코미디언들의 자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에) 초대됐다”며 “앞으로도 가능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놀고 싶고 판을 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시상식 보면 여자 코미디언들 둘이서 진행하고 그런 그림들도 많이 있던데 앞으로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열심히 응원하고 시청하도록 하겠다”고 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방송사에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방송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송은이는 방송을 그만두겠다는 김숙과 함께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사재를 투자해 시작했다. 작년  MBC 연예대상을 받은 이영자도 해당 방송에서 먼저 ‘먹방’이라는 개그 콘셉트를 알리게 됐다. 이들은 전체 팟캐스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됐고 이후 송은이는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스스로 기획사를 차려 콘텐츠 제작사 비보(VIVO)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여성 코미디언들로 모인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도 결성하며 여성 코미디언들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기획자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9 MBC 연예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코미디언 이영자·송은이·김숙·장도연·박나래·홍현희 ⓒ김숙 인스타그램
'2019 MBC 연예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코미디언 이영자·송은이·김숙·장도연·박나래·홍현희 ⓒ김숙 인스타그램

이들의 수상에 여성들이 기뻐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사회연결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이들의 수상을 기념해 기프티콘 발송 이벤트도 열었다.  여성들이 이들의 수상에 이토록 기뻐하는 이유에 대해 누리꾼 d***는 “박나래 대상과 여자 연예인들 수상에 여성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남자들만의 리그였기 때문”이라며 “계속해서 남자들만 수상한 이유는 여자 연예인들이 그들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 h***는 “송은이가 판을 짜고 나가는 데는 박미선, 이성미, 양희은처럼 힘 있는 선배들이 버텨주고 예뻐해 준 것도 크다”며 “그걸 받고 자란 송은이가 김숙, 안영미를 아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번 MBC 연예대상에서 보여준 여성들의 쾌거에 대해 명백하게 ‘페미니즘의 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김 활동가는 “코미디언은 중요한 존재”라며 “여성이 공중파 방송에서 유일하게 다른 방식으로 여성성을 보여주는 위치이다. 예전에는 뚱뚱하고 여자답지 못한 것을 소재로 삼아 놀림 받는 방식으로 웃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런 것들을 자신의 개성으로 무기 삼아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선물처럼 웃음을 선사하는 시대가 됐다”며 “송은이를 구심점으로 여성 코미디언들이 모였고 이에 환호를 해주고 목소리를 내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흐름이 완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남성중심의 방송·예능계에 대해 언급했다. 하 평론가는 “그동안 예능계는 남성이 주축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연말 시상식에서도 남성들이 상을 휩쓸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2년 연속 여성이 대상을 받고 있다. 이것은 기존에 보기 힘든 모습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능계에서 남성 중심적으로 과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성들의 영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더 많은 방송사에서 여성들에게 상을 줄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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