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낚시의 계절, 죽음을 기다리는 물고기들
얼음낚시의 계절, 죽음을 기다리는 물고기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2.28 21:04
  • 수정 2020-01-01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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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전국 17개 지역에서 열려
농한기·휴가철 지역 경제 효과 커
한 송어축제 70만명 관광객 방문
350억 경제적 파급효과 거둬
겨울을 맞아 얼음낚시를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뉴시스·여성신문
얼음낚시 축제는 얼음이 두껍게 언 강 위에서 열린다. 얼음에 구멍을 내고 직접 가져오거나 축제측에서 빌려주는 낚시대로 물고기를 낚아 현장에서 요리해 먹는다. 평창송어축제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는 어린이들. ⓒ뉴시스.여성신문

 

얼음낚시의 계절이 왔다. 지난해 12월6일 경기 양평군에서 ‘물맑은양평 빙어축제’가 얼음낚시의 막을 열고 2월23일 인천 강화군의 ‘강화도 송어빙어축제’가 끝을 장식한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 현장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축제 현장에 생명 경시와 동물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 겨울 전국에서 열리는 얼음낚시와 관련된 축제는 약 17개다. 봄이 되면 나비축제 등이 열리고 가을이면 소싸움 등이 열린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가할 수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축제 현장에서 동물은 축제를 위해 방생돼 죽임을 당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돼 학대를 겪는다는 것이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 따르면 전국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 중 84%가 동물을 포획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고 포획 활동의 78.3%는 먹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은 송어, 빙어, 오징어 등 어류가 약 60%이며 바지락, 낙지 등 패류와 연체동물류가 22%, 돼지, 말 등 포유류가 12%다. 축제에서 어패류는 대부분 포획 후 현장에서 회를 치는 등 먹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포유류는 잡기, 싸움, 승마 등으로 이용된다. 얼음낚시 축제에서 이용되는 어류는 100% 식용이다. 

실제로 지난 28일 개막한 평창송어축제는 축제가 끝나는 2월까지 약 18만 마리에 이르는 송어를 방류할 계획이다. 방류되는 송어들은 텐트낚시와 얼음낚시, 어린이 낚시, 맨손잡기 프로그램 등에 이용될 예정이다. 관광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잡은 송어는 일정금액을 내면 축제 현장에서 회와 구이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방생 또한 자유다. 축제 금기 사항에 송어에 대하여 가혹 행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문구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1월 한 얼음낚시 축제에 참가했던 김건호(29)씨는 “낚시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얼음 밑에서 죽으려고 기다리는 듯한 물고기를 보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며 “여자친구와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는 등 다른 프로그램을 더 즐기다 왔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동물 축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추산한 2017년 강원지역 겨울 축제의 소비유발액은 2146억원 수준이었다. 고용창출 인원은 1782명에 이른다. 2018년 한 강원도 얼음낚시 축제는 37일간 7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35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뒀다. 대부분의 지역 동물축제는 농한기 등 지역 주민이 쉬는 때나 휴가철에 열려 한 시절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탓에 일부 지역 동물축제 현장 관계자들은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동물 학대행위 등에 대한 단속은 불가능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의 정의는 제2조를 따르는데 척추가 있는 동물과 더불어 파충류, 양서류, 어류를 포함하나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따라서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식재료로 이용되는 동물들은 포함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그러나 제10조 동물의 도살방법에 는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해서는 안 되며,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970년대 동물권 운동의 창시자인 호주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므로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라며 “동물도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류, 갑각류, 두족류 등 또한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됐다. 지난해 3월 스위스는 ‘바닷 가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삶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201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한 해산물 업체는 바닷가재를 마취 없이 띠톱으로 도살해 1500달러(한화 약12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동물을 불필요하게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며 소금을 첨가한 얼음물에 일정시간 담가 마취 후 도살할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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