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성 '걸그룹 움짤'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
성적 대상화, 성희롱 댓글 넘쳐

한 남초 커뮤니티에 '걸그룹 움짤'이라고 검색하면 여성 연예인들의 모습을 슬로 모션 효과를 입혀 의도적으로 편집한 짧은 영상들이 나온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 '걸그룹 움짤'이라고 검색하면 여성 연예인들의 모습에 슬로 모션 효과를 입혀 의도적으로 편집한 짧은 영상들이 나온다.

그룹 ‘에이프릴’ 멤버 진솔(18)이 성희롱성 게시물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 가운데 여성 연예인을 향한 일부 남성 팬들의 무분별한 성희롱이 비판받고 있다.

진솔은 12월 25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짧은 의상이나 좀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서 짤(사진)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내 이름 검색하면 가끔 몇 개 나오는데 너무 싫어 그런 거”라고 토로했다.

이에 에이프릴 팬들은 성희롱성 게시물에 대해 법적 대응을 선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에이프릴’ 갤러리에는 ‘에이프릴 갤러리 법적 대응 성명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멤버 진솔이 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한 내용을 접하고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허위 사실 유포·성희롱·명예훼손·인신공격·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 그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자체 수집 데이터와 제보 전용 계정 등을 통해 보내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악성 게시물을 선별할 것”이라고 했다.

그룹 '에이프릴' 멤버 진솔이 성희롱성 게시물에 대해 호소글을 올린 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SNS에 조롱성 댓글을 남겼다.
그룹 '에이프릴' 멤버 진솔이 성희롱성 게시물에 대해 호소글을 올린 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SNS에 조롱성 댓글을 남겼다.

진솔이 호소글을 올린 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SNS 계정에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 이에 진솔과 팬들은 악플러들에게 맞대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진솔의 인스타그램에 “노이즈 마케팅 좀 하지 마라”, “메이저가 하면 설득력 있을 텐데”, “그게 싫으면 1차적으로 연예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진솔은 조롱성 댓글에 마침표(.)로 대댓글(댓글에 달리는 답글)을 달아 해당 댓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했다. 조롱성 댓글을 본 진솔의 팬들은 “이런 댓글 남기면 자기가 뭐라도 된 것 같냐”, “도태되지 말고 요즘 세상 흐름을 읽어야 한다”, “진솔 용기 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응원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악플러에 대응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걸그룹 움짤'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여성 연예인들의 짧은 노출 영상이 나온다.
인터넷 검색창에 '걸그룹 움짤'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여성 연예인들의 짧은 노출 영상이 나온다.

앞서 그룹 ‘AOA’ 멤버 설현은 여성 아이돌을 향한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신체 일부부만 집요하게 확대한 ‘움짤’(움직이는 이미지)를 언급하며 “친구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한 20대 여성이 남초 커뮤니티에 다수의 성희롱 게시글이 올라온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 해당 청원은 ‘일베와 다를 바 없는 남초 커뮤니티의 성희롱 게시글과 음란물 유포 혐의를 수사해달라’라는 제목으로 4만2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에 따르면 7월 여성 연예인들의 겨드랑이 부위가 노출되는 움짤 7개가 있는 게시글이 다음 카페 인기글로 올라와 여초카페 회원들이 함께 게시글 신고를 해 삭제했다. 또한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연예인의 사진을 올리고 성적인 말을 적고 여성들의 레깅스·스타킹 입은 사진·발목 사진·노출 사진을 올렸다.

이처럼 일부 누리꾼들은 걸그룹 멤버들의 몸매가 부각되는 사진 또는 모습을 느리게 재생한 영상으로 만든 뒤 남초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해왔고 그 성희롱 피해는 여성 연예인들이 고스란히 안게 됐다.

2018년 4월에도 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의 움짤이 한 남초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일부 남성 팬들의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다. 한 누리꾼 Kq***는 “트와이스 팬덤은 남자가 많으니 깨끗하고 덕질하기 좋은 팬덤이라고 한다”며 “왜냐, 여초 팬덤에서는 남덕들이 맘껏 성희롱을 못하지만 남초 팬덤에서는 성희롱을 해도 막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남초 팬덤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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