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 선거법 개정안 합의
지역구 의석 수는 그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없던 일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는 12월 2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에 합의했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에 비례 30석은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안이다. 비례대표 47석 중 나머지 17석은 현행 방식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 4월 심상정안으로 불리며 공수처 법과 연계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원안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원안에는 지역구 225석, 비례구 75석이었지만 수정안에는 지역구 의석을 단 1석도 줄이지 못했다.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성을 높여 연합정치가 가능한 다당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는 애초 주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부활시키는 석패율 제도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이 ‘중진 구제용’이라고 강력 반발 하자 군소 정당들이 막판에 이를 포기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없던 일로 했다. 한마디로 2020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법 개정안은 누더기 법안이 됐다. 개혁은 없고 밥그릇 싸움만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선거 개혁 초심과 취지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고 너무나 미흡한 안을 국민께 내놓게 돼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개정되면 국민들은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지역구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각각 30%와 28%가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정당 투표에서 26.7%를 득표해 민주당(25.5%)보다 더 많이 얻었다. 유권자들의 이런 전략적 투표는 비례 배분 방식의 복잡성 때문에 2020년 총선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제1, 제2 정당의 비례대표 수가 줄어드는 대신, 군소 정당들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고육책으로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통과를 전제로 비례대표 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수없이 경고를 했지만, 이 법이 통과되고 나면 곧바로 저희들은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한국당의 경우 정의당보다 비례의석 수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 정당을 새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최근 리얼미터·YTN가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12월 16~20일)를 토대로 범여권의 선거법을 적용해보면 50%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30석은 민주당 13석, 한국당 7석, 정의당 9석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민주당은 137석, 한국당은 110석, 정의당은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의석수에서 민주당은 8석, 정의당은 6석이 늘어 선거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반면, 한국당은 2석이 줄어든다. 그러나 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 한국당을 만들어 정당 득표를 몰아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론상으로 비례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47석)의 절반 이상(27석)을 쓸어갈 수 있다. 최종적으로 민주당 130석, 한국당 96석, 비례한국당 27석, 정의당 7석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당과 비례한국당 의석을 합치면 123석으로,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는 27석에서 7석으로 줄어든다. 반면 정의당은 현재(6석)보다 불과 1석 늘어나는 데 그친다.

정치권에게 묻는다.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17석은 현행대로 뽑고 고작 나머지 30석에 ‘연동률'을 적용하려고 이렇게 진흙탕 싸움을 했단 말인가. 여하튼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힘으로 밀어 부친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이렇게 현역 의원들이 ‘선거법 갑질’을 하는 동안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남성과 비교해 정치 경험과 조직이 취약한 여성 정치 신인들이다. 선거 약자인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배려가 절실하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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