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 내가 꿔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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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홈페이지 열풍이 가신 자리에

블로그가 등장했다. 당신도 블로거인가?

회사에 다니는 배영호씨는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벌렁 떴다. 전에 없던 일이다. 아내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저 인간이… 혹시 아침나절 7시 20분발 전철에서 아리따운 아가씨라도 만난 거 아냐? 그러나 아내는 곧 의심을 거두었다. 화들짝 세수를 하는 듯 마는 듯, 구두를 꿰신고 뛰어나가는 남편 몰골을 가만히 보고서였다. 허리치수 36, 모공 팽창률 120퍼센트, 턱 밑에 제2를 넘어 제3의 턱살 등장. 바리캉으로 갈가리 뜯겨진 뒷머리 아래에까지 불룩 자리잡은 목살은 어젯저녁 로스구이용 목살이 부럽지 않다. 따져볼 것도 없다. 영락없는 매력 빵점 뚱땡이 아저씨 모습이다. 게다가 아울렛 매장에서 산 지 10년은 지난 셔츠 봐라. 돈하곤 전혀 안 친해 보인다. 저런 아저씨에게 멀쩡히 눈 달린 여자가 꼬여든다면? 그 여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제발… 너 가져.

배씨가 회사로 뛰어간 까닭은?

회사로 뛰어가는 배영호씨는 발이 가벼웠다. 날아갈 것 같았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서? 아침은커녕, 아내의 ‘저 인간이 요즘 왜 저래?’하는 눈길만 잔뜩 먹었다. 그럼 승진 발표가 기다리나? 승진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배씨가 사회생활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포기는 빠를수록 건강에 좋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드디어 저 앞에 회사가 보였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옆 부서의 스물다섯 살 아리따운 김은미씨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배씨는 탁탁탁 달려가서 김씨를 밀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마터면 엘리베이터를 놓칠 뻔했다. 닫히는 문 너머, 황당한 눈을 한 김은미씨 얼굴이 지나갔다. 물론 배씨 눈엔 보이지 않았다.

배씨는 얼른 자기 자리에 앉아, 컴퓨터 버튼을 눌렀다. 물밀 듯 행복이 밀려왔다. 어젯밤에도 못 느낀 오르가슴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오호. 리플이 세 개나 달렸잖아? 어제 올린 ‘마누라 사랑 십계명’ 글이었다. 음. 이 글에 반응이 좋은데? 연재를 해야겠어. 그는 부랴부랴 마누라 사랑 십계명 2조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 ‘멋지다 배대리’였다. 탁탁 타타타. 꼴 보기 싫은 마누라 얼굴 대신, 전지현을 떠올리며 쓰는 그의 손가락은 가벼웠다. 날개 달린 손가락에 터보 엔진까지 단 것 같았다. “마누라에게 사랑 받으려면 말이죠.” 머릿속은 사진을 고르고 있었다. 어제 찍어둔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뒤적이며. 배씨 건너편 자리에 앉은 김부장은 생각했다. 이상하단 말야. 요즘 저 인간이 지각도 안 하고. 뭐 저리 일에 열심이지? 음... 뭔가 수상해.

블로그를 아시나요?

블로그 열풍이 거세다. 비단 배씨만이 아니다. 한때 자기만의 홈페이지 만들기 열풍도 일주일 묵힌 시금치마냥 시들시들해진 자리에 블로그가 들어섰다. 블로그가 뭐냐고? HTML은커녕 나모 웹에디터도 뭣도 아무것도 몰라도 만들 수 있는 일명 자기만의 게시판이다. 거기다 이 홈페이지는 섬이 아니다. 일찍이 존 본조비가 “사람은 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윌은 말하지만, 그 동안 인터넷 속 개인 홈페이지는 섬이었다. 그것도 무인도였다. 달랑 나 혼자인 섬. 때깔 단장하고 초특급 호텔 마냥 인테리어까지 마치면 뭐하나? 아무리 모닥불 피고 “날 좀 봐주세요.” SOS 신호를 보내지만, 아무도 들러주지 않아 썰렁한 무인도. 그러나 이 섬들을 묶은 리조트격, 클럽 메드격 홈페이지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 속에서 사람들은 무인도가 아니다. 당당한 파티 주인공이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북적이던 이들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들러서 고개를 들이민다. 평상시엔 신 김치 취급당하던 배씨도 블로그 속에선 인기인이다. “우하하하. 너무 재밌어요. 아저씨 멋지다” 이런 리플을 보면서 배씨는 뿌듯하다. 하루라도 블로그에 뭔가 쓰지 않으면 죄지은 기분이다. 오늘은 리플이 얼마나 달렸을까? 그 생각만 하면, 떡두꺼비 딸내미라도 쑤욱 태어난 기분이다. 로또 복권 소액 당첨이 이런 기분일까?

제발, 날 보러 와요

현재 www.blog.co.kr에 <즈믄둥이 석현이의 세상 읽기>를 연재하는 이창림씨는 “초등학교 때 써본 후 안 썼던 일기를 쓴다”며 재미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신문에 난 블로그 소개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는 이씨는 애가 태어난 후 육아일기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던 차, 블로그를 쓰게 됐다. “홈페이지도 만들어보려 했으나, 그건 혼자만 쓰고 혼자만 보는 데 반해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 반응이 와서 좋다. 그런데 중독이 심하다. 계속 보게 된다. 그런데 성격이 좀 바뀌었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블로그를 통해서 속에 있는 말도 하게 됐다. 편하다.”

그럼 블로그는 어떻게 이용하나? 간단하다. 검색 사이트에서 ‘블로그’란 단어를 치면 우르르 쏟아져 나올 정도다. www.blog.co.kr이나 www.onblog.co.kr 같이 블로그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대형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한미르가 지난 4월 블로그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네이버도 지난 6월 4일 블로그 서비스 ‘페이퍼’를 오픈했다. 앞으로 드림위즈, 야후 등도 블로그 서비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블로그 서비스는 회원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물론 가입비는 없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글을 올리라는 란에 글 올리고, 사진 올리라는 란에 사진 올리면 끝이다. 아무리 간단하다고 해도, 약간의 숙련을 요구하던 나모 웹 에디터 같은 프로그램에 비하면 누워서 천장 보기다.

그 동안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었지만, 비용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망설인 그대라면? 지금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는 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기록을 뜻하는 log를 합성한 웹로그(Weblog)의 줄임말이다. 블로그가 당신을 스타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친구를 만들어줄지도 모르고. 당신이 원하는 게 뭐든지. 당신에게 달렸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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