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도 표현의 일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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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정정엽씨는 척 보기에도 아티스트다. 컬러와 사는 화가들이 본래 자기 표현에 능할 거라 생각하지만? 천만에다. 자기 작품 신경 쓰느라, 자기 옷차림은 찬밥이기 일쑤다. 최근 ‘아방궁(아름답고 방자한 자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는 페미니스트 미술가 그룹 ‘입김’회원이기도 한 그녀가 이 회색주의 시대에 원색을 즐겨입는 이유? 다 있다. 마흔한 살, 두려움 없는 그녀가 말했다.

“원래부터 원색을 즐기고 그랬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입김’멤버들이 그러는 거예요. 그 옷은 입지 마라. 언니, 그 옷은 버려. 신랄하게 조언하고, 그걸 받아들였더니 바뀌더라구요. 여자들 모임은 좋은 게 그런 조언이 있다는 거예요. 언니는 원색이 어울려. 원색 입어도 안 어색하구나. 그래서 저도 알게 됐어요. 저한테 원색이 어울리는지. 이 머리도, 이렇게 숏커트로 자른 진 4년밖에 안 됐어요. 전엔 초등학교때부터 서른여덟 살까지 계속 단발 머리였어요. 원랜 짧은 머릴 하고 싶었지만요. 그러다 마흔쯤 되니까 무서운 게 없어지더라구요.

그 전엔 어떻게 하면 나를 감출까, 튀는 방법보다 일단 어떻게 하면 안 튈까만 노력했던 거죠. 삼십 몇 년간 고작. 오히려 그게 굉장히 남을 의식한 행위인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안 튀려는 노력을 그만두니까, 튀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니까, 오히려 자유로워졌어요.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구요. 내가 좋은 게 뭔지 생각하고. 또 원색을 입다보니 적극적이 되는 거예요. 가만 있어도 내 발언이 되구요. 80년대 중반 여성미술연구회 모임이 있어 가보면 구체적 조언도 안 해주고 반응도 없었어요. 그런데 ‘입김’이 97년엔가 생겼는데, ‘입김’은 달랐어요. 왜 여자들은 오히려 타인에 관한 관심을 표현해주잖아요. 남자들은 전혀 표현하지 않지만요. 속으로 웃거나 비웃거나 질투는 해도. 한데 여자 모임에선 표현해요. 그래서 자기 발전에 도움이 돼요.

대학 때는 하도 한 가지만 입고 다녀서 사람들이 교복이라고 놀리고 그랬어요. 펑퍼짐한 곤색 티에 청바지만 줄창 입고 다녔거든요. 외모에 관심이 없었어요. 옷도 귀찮을 뿐이었구. 뭐 그것도 후회되진 않아요. 그만큼 다른 데 관심이 있었으니까. 나는 관심 있거나 없거나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관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여성영화제 1회때인가, 임순례 감독이 등장했을 때, 임순례감독이 제일 튀었어요. 몸빼바지에 잠바차림에 랜드로버를 신었는데요. 오죽하면 그때 사회보던 오숙희씨가 자기는 임순례 감독이 동숭동에서 옥수수 파는 아줌마인줄 알았데요. (웃음) 그런데 저는 되레 멋있었어요. 그런데 임순례 감독이 그러는 거예요. 자기는 감독이어도 모든 영화스태프 밥 해먹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도저히 옷에 신경 쓸 수 없다. 여차하면 애도 업어야 하고, 어디서나 편한 복장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멋있었어요. 자기 선택이니까.

표현 안 하는 것도 자기 선택이 아닐까요. 외모가 억압이 아니라 자기 표현인거죠. 내가 제일 싫은 것은 정형화된 옷차림이에요. 직장인은 이렇고, 여자는 옷이 다소곳해야지, 하는 거요. 유행도 마찬가지구요. 전, 종류를 알 수 없는 옷차림을 좋아해요. 저 사람이 아줌마 같기도 하고 스포티 한 게 아티스트 같기도 하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옷차림이요.

물론 사람들은 낯선 옷에 거부감이 있어요. 옷차림에도 문화가 있으니까. 그건 익숙해지게 하는 수 밖에 없어요. 낯설음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도 문화 운동의 하나라고 봐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것도요. 여자가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그래요. 대학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남자애가 연극반엘 갔는데 여자 선배가 떡하니 담배를 물고 있더래요. 그 친구 표현이 잊혀지질 않아요. 완전히 ‘타락덩어리’로 보이더라나요. 그런데 일주일쯤 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더라는 거예요. 그런 거죠.

자기 스타일을 갖고 싶지만, 남한테 한 소리 듣기 싫고 튀기 싫고 무난하고 싶을 땐 자기 스타일을 가질 수 없어요. 자기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칭찬이건, 비난이건 받아들이고 자기 길을 갈 때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면 변화하지 않아요.”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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