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박양우 장관 “문체부 소속기관·위원회에 여성이 40% 넘도록 하겠다”
[만남] 박양우 장관 “문체부 소속기관·위원회에 여성이 40% 넘도록 하겠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0.01.01 07:50
  • 수정 2020-01-0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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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조력·문화향유권
높이는 데 힘쓰고
문화계 성평등 문화 확산·
예술인 권리보호 위해
현장 목소리 많이 듣겠다”
남성직원도 육아휴직 적극 권유
세 딸의 아버지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성이나 남성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직장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신문
세 딸의 아버지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성이나 남성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직장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은지 객원 사진기자

“모든 소속 공공기관, 심의 자문위원회 등 정책 결정을 하는 곳에는 여성들이 최소한 40% 이상이 되도록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에서 늘 계획을 세워서 통보하고 점검할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인사를 발표한 지난 12월 16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박양우(61) 장관을 만났다. 박 장관은 “문체부 산하 심의위원회, 자문위원회, 소속 공공기관에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정책과 성별 비율을 점검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의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프라가 갖춰있어도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제도 운용과 조직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미술, 한류문화산업, 게임, 종교, 미디어, 관광, 체육 등 국가의 문화예술과 콘텐츠, 체육을 관장한다. 문화예술은 21세기 지식산업의 근간으로 국민들의 일상과 친밀한 영역이다. 그만큼 젠더 의식에 민감해야 한다.

취임 한지 약 8개월이 지났다. 취임 첫해를 돌아본다면.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이 다시 뜨겁게 살아날 수 있도록 ‘부지깽이 역할’(불을 피우거나 조절할 때 쓰는 기구)에 앞장섰다. 문화, 예술, 체육, 관광, 미디어, 종교 등 각 분야 주요 현장과 소속·공공기관을 모두 70여 곳 넘게 방문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내부적으로 블랙리스트 사건 여파로 극도로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자신감 회복이 우선이었다. 조직 내부에서 자괴감과 상실감이 컸는데 주무관, 사무관, 과장들과 많이 소통하면서 일로써 성과를 내자고 다독였다. 이제는 직원들이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문화예술 및 체육계에서는 미투 목소리가 높았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 32곳, 심의위원회, 자문위원회 등 분야별 위원회도 수십 개다. 여기에 여성들이 참여를 많이 해야 한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늘 점검하고 유도해야 한다. 또 관련 정책이 양성평등에 합당한지 확인해야 한다. 각 실국에 지침도 해야 한다. 담당관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양지차다. 여성 직원들이 인사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취임하고 나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손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직원 간담회에서) 천명했다. 인사고과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남성들에게도 육아휴직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했다. 예전에는 ‘여자는 불이익을 받더라도…’라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었다. 그게 왜 그런가. 회사에서 불이익을 줬기 때문이다. 저는 남성 직원들도 육아하라고 이야기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지 객원 사진기자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은 2016년 #00_내 성폭력 해시태그에서 시작했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평등한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화예술계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과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체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각 분야 활동가 및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 2018년에는 외부위원 10명 등으로 구성된 ‘성희롱·성폭력 예방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의 상황을 공유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하기도 했다. 양성평등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현장과의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국가대표 선수의 스포츠 미투가 나왔다. 성적·메달지상주의, 폐쇄적·수직적 문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체육계 시스템을 전면으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혁신위의 권고를 아우르는 핵심 가치는 국민이 행복하게 스포츠를 즐기게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 정책은 국제적 스포츠 경쟁력 강화와 국민들의 자긍심 고취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과도한 성적지상주의로 인해 폭력, 성폭력, 비리, 파벌주의 등 갖가지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이는 선수들의 행복한 스포츠 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혁신위의 권고는 엘리트 체육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성적지상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 선수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환경에서 행복한 스포츠 활동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선수가 학생으로서의 본분인 공부도 하면서 운동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여성, 장애인 등 스포츠 소외 계층도 어려움 없이 즐거운 스포츠 활동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비상임 위원 후보자 16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어 비판이 일었다.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예술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을 법령에 정한 절차에 따라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비나 연령이 균형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현장의 문제의식에 공감해 선임절차를 중단하고 공개적인 공론화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단기적으로 법령개정 없이도 가능한 적극적 조치와 더불어 필요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장기적으로 법률개정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 균형적이고 신뢰받는 위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겠다.”

박양우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이 지난 12월16일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신문
박양우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이 지난 12월16일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객원 사진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 이후 예술인들은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 추진’을 하고 있다. 법안은 8개월 동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체부는 해당 법안이 발의되기까지 간담회 및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현장 중심 특별전담반(TF)을 운영해 예술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4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법안이 발의됐다. 발의 이후에는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어, 국회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주요 의원실 및 입법조사처 등에 법안 통과 필요성과 주요 내용 등을 적극 설명하여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예술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

많은 예술인들의 복지 환경이나 업무 환경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어떤 계획이 있나.

“예술인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해 예술인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고, 공정한 계약환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며 안정적인 창작여건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랜서 예술인이 활동 중단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2020년 190억원, 창작준비금 지원을 2020년 362억 원 등 맞춤형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서면계약 위반 신고상담창구 개설 및 신고 사실 조사·시정명령을 본격화하고, 기획업자 등 사용자 대상 계약 교육을 신설하여 서면계약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최근 여성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정부 기관에서의 제도적 차원이나 그 이상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대중문화예술 관련 협단체의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캠페인’을 적극 지원하고,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예술인은 일반인에 비해 심리적 불안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실제로도 심리상담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예술인의 정신적 고충이 완화될 수 있도록 내년에는 심리 상담 예산을 2배 확대 성별 및 예술 분야별 맞춤형 심리가 가능하도록 상담기법을 개발하겠다. 전국의 심리상담 기관 32곳의 예술인 대응력 강화를 위해 상담자 교육 및 공동연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중점적으로 해결하고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저는 ‘문화야 말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부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야 말로 정부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처 중의 하나’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문화창조력 제고, 문화향유권 확대, 문화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자 한다. 먼저 문화 생태계의 기초이자 공급을 책임지는 문화예술인들이 생계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술인 복지 정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들이 소득, 지역, 계층을 떠나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통합문화이용권과 스포츠강좌이용권을 확대하겠다.”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여성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남존여비, 가부장제가 은연중 남아 있다. 2020년에는 이러한 모든 것이 정말로 다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인격체로서, 정말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여성이 정당한 대우, 행복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세 딸의 아버지인 저도 미약하지만 그런 사회를 위해 개인적으로, 장관으로서도 일하고 싶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중앙대 행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영국 시티대 대학원 예술경영학 석사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행정고등고시 23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문화관광부 공보관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뉴욕 한국문화원장 △문화관광부 차관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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