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지선 홍롱롱 셰프, "서비스 군만두 인식 깨고파"
딤섬 전문점 3곳 오픈
정 셰프 이름으로
우육면·마라두부 밀키트 출시

정지선 셰프가 자신의 매장 '홍롱롱'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홍롱롱

서울 프라자호텔 디저트 담당, 네슬레 프로페셔널 ‘한국담당 셰프’, SBS Plus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이연복파’ 출연,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여성 최초로 출연한 중식 17년차 정지선(36) 셰프가 최근 익선동에 딤섬전문점 ‘홍롱롱’을 오픈했다. 매장은 익선동 본점을 비롯해 대전점과 판교점 총 3곳이다. 남성 셰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식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딤섬의 왕’으로 통하는 정 셰프. 딤섬은 주름을 몇 개를 잡느냐에 따라 실력을 평가받을 정도로 손기술이 필요한 메뉴다.

홍롱롱만의 대표 메뉴와 판매량은.

“홍롱롱은 의성어로 ‘우르르 쾅쾅’을 뜻한다. 우리 식당은 회전율이 빠르며 메뉴는 딤섬 12종류에 사이드 7종으로 빨대로 육수를 빨아먹는 중국식 ‘빨대 만두’와 자체 개발한 매운맛 ‘토마토탕면’, ‘사자머리 딤섬’, ‘트러플쇼마이’, ‘삼색 빠오즈’ 등 중국 본토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소스를 활용하고 응용했다.”

홍롱롱의 메뉴.ⓒ홍롱롱

 

딤섬이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데 만들면서 힘든 점은.

“사실 손으로 만드는 기술자가 없는 상황에서 메뉴 12가지를 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중국에서는 만두 전용 밀가루만도 여러 종류인데 비해 한국은 밀가루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등 3가지가 전부다. 찐교자는 중력분 밀가루에 전분 넣고 익반죽, 물만두는 찬반죽, 쇼마이는 강력분에 계란 노른자를 넣는 등 딤섬에 따라 밀가루 배합 비율이 모두 다르다. 딤섬 조리법도 달라진다. 익반죽으로 빚은 수정교자를 조개 모양으로 하려고 했지만 속도면에서 안 되기도하고 보기좋게 하기 위해 변경했다. 한 찜기에 3~4개인 만큼 빨리 싸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식품 업계 셰프 파워가 커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정 셰프 이름으로 ‘우육면키트’ ‘누룽지마라두부키트’, 최근 탄탄면을 냈었다.

“중국 가는 비용이 저렴해졌고 마라가 뜰 정도로 중국 본토 중식이 대중화됐다. 밀키트에선 대만 전통 음식인 ‘우육면’을 중국식으로 시도했다. 매콤한 맛을 재현했다. 산초향인 마라향을 한국인들이 좋아할지가 고민이었지만 인기를 얻었다. 다음 제품은 마라향을 강하게 가미한 우육면을 내놨다. 기술이 발달해 튀김도 가열만 하면 밖에서 먹는 맛까지 많이 올라왔다. 1인가구 시대로 비용이 외식과 비교해 저렴하다. 시장 전망이 좋다. 딤섬과 토마토탕면 등 국물 요리를 밀키트에 추가할 계획이다.”

여성 셰프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대중적이지 않다. 여성이 주방일에서 차별받는 원인.

“주변에서 아직도 한 교수가 여학생에게 힘들다고 중식하지 말라고 해 그 학생이 해외로 나간다고 했다. 성적이 떨어진 남학생과 우수한 여학생이 있다면 중식 등 주방에서 남학생을 채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셰프 군단에서 여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끈기와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생각이 된다. TV에서 나오는 화려한 모습만 보고 요리사를 꿈꾼다. 하지만 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른들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아이들 졸업하고 취업시키려는 과정에서 자격증 4개와 언어 실력이 뛰어난 A(여성)와 학교 졸업장만 있는 B(남성)가 있었다. 주방에선 B를 선택했다. B를 뽑아가는 자체가 아직까지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라서 뽑힌 것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본인 의지다. 의지를 가진 여성들이 많이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취업 나가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여성이 주방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결론은 인식보다는 개개인 사람이다. 1순위로 여성을 뽑는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왔다 갔겠나. 주방 현실을 숨기지 말고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남성과 여성 입장이 있겠지만 주방에서 여성 비율이 차이가 나지 않나.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실적인 것을 알리고 여성 후배들에게 버티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하라고 한다. 어떤 직업이든 차별이 생기는 상황이 있다면 깨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빠릿빠릿하면서 다음 것을 생각하는 센스가 있으면 좋다.”

미디어에서 주로 남성 셰프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여성 셰프인 제가 TV에 안 나오고 국내 경력만 있다면 후배들이 과연 내 밑에서 배우려고 따라올까. 같은 남녀 경력자가 있다면 후배들이 어느 사람을 따를까라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이 배울 점 많은 선배를 택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실력 향상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국내 딤섬이란 개념을 알리기 위해 자격증, 커리어를 쌓고 해외 나가서 트렌드를 살피고, 책 보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다른 셰프님들이 딤섬을 배우기 위해 콜라보나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져 달라진 현실을 실감한다. 방송가에서도 딤섬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봐서 ‘딤섬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딤섬을 알려주는 곳이 많이 없고 레시피를 숨길 이유가 없다. 딤섬을 많이 알리고자 한다.”

여성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내가 겪었던 것을 후배들이 겪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티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어떻게 버티냐고 하면 다음 것을 생각하면서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버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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