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째 바뀌지 않는
간호 인력 배치 기준
간호사 1명 당 5명으로
현실감 있게 개선돼야

12월 20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간호사회에서 박인숙 서울특별시간호사회 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박인숙 서울특별시간호사회 회장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박인숙 서울특별시간호사회 회장(61)은 1981년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병원에 입사해 간호사 생활을 이어나갔다. 서울시간호사회에서는 2004년부터 위원회 위원, 이사로서 활동했다. 박 회장은 작년 3월 272표 중 138표인 과반수이상의 지지를 얻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됐다.

박인숙 회장은 ‘외유내강형’ 리더이다. 그는 “여느 리더들처럼 앞으로 나서서 이끄는 스타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카리스마가 강한 스타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간호사로서 현장에서 일을 오래했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년퇴직과 함께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38년간 간호사로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봉사는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때 주변에서 ‘간호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가 있어 선거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12월 20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간호사회에서 박인숙 서울특별시간호사회 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12월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간호사회에서 박인숙 서울특별시간호사회 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그는 38년간 일하며 여성 간호사로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박인숙 회장은 “우리나라는 유교적 사상이 뿌리 깊게 내려 있다”며 “간호사는 아무래도 의사보다는 여성 파워가 적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이 간호사들을 막 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한 간호사들은 근무 연한이 짧아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타인에게 무시 발언이나 폭언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도 남성 간호사였으면 함부로 못 했을 언행을 젊은 여성 간호사에게는 쉽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름대로 4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하고 전문직으로 일하는데 그런 경험들을 하면 좌절을 쉽게 느껴 그만 두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국내 간호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남녀 통계는 전체 면허자 39만4천662명 중 남자 간호사는 1만5천20명으로 전체 면허자수 대비 3.8%였다. 간호사는 여성의 직업이라는 편견에 대해 “예전에는 졸업하고 전공을 살리지 않는 남자 학생들이 많았다”며 “특히 간호사가 된다고 해도 신체적으로 힘든 곳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남성 간호사도 병동에서 근무한다. 이번 ‘서울간호’ 잡지 윈터호에 실렸던 한 남성 간호사도 병동에서 근무하길 원했던 사람이었다. 근무 수행도 좋아 현재는 다양한 분야까지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에 대해 마음 아픈 이야기라고 밝혔다. 박인숙 회장은 “소통이 어려운 시대”라며 “그렇지만 병원에서는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약사·영양사 등 수많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내부에서도 자정작업이 필요하겠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상 환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서 한 가지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열악한 업무 환경을 태움 문화의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인수인계도 잘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대학을 막 졸업한 신규 간호사들은 처음으로 중대한 책임감이 따르는 업무를 해야만 한다”며 “실수를 했을 때의 압박감은 말도 못할 것이다. 압박감이 커진 신규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가 되고 그게 커다란 상처로 다가와 자살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 모든 것이 선배 간호사가 못된 마음을 갖고 괴롭혔다고 할 수 없다. 상황적인 부분이 존재하고 간호사만의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마 다른 집단에서도 형태만 다를 뿐 존재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간호사야 말로 위로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간호사들의 업무 처우가 개선되는 것만이 박 회장의 목표이다. 박인숙 회장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만큼 이들이 인정받고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정책적인 면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학교 안에서의 보건건강교육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건강 교육은 중요한데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교내 보건교사 수를 늘리는 등 학부모나 시민단체에서 아이들의 건강 교육에 대해 건의를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응급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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