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
'순천소녀시대'전
2018년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전시
12월25일까지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 송영순 할머니의 글과 사진.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 송영순 할머니의 글과 사진. ⓒ김진수 기자

“그림을 그리니 배운 사람 같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는데 작가님! 이라 불러주니 쑥스럽다. 칠십대에 한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내가 작가라니....내 그림이 서울에서, 미국에서 전시되고, 책으로 나오고 방송에 나오니 자랑스럽고 많이 배운 사람 같다. 예전에는 그림을 보고도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림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나도 저렇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송영순 할머니)

높은 빌딩 앞에 강아지 한 마리와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다. 뿌리가 깊은 커다란 나무에는 초록 잎이 울창하다. 붉은 감이 달린 나무 주변으로는 새가 날아다닌다. 할머니들의 정성이 담긴 글과 그림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서울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는 70~80대 순천의 할머니 19명의 그림 45점과 글, 점토로 만든 작품을 볼 수 있다.

할머니들이 그림에서 진한 색감의 나뭇잎이나 풀에서는 하나하나 공들인 흔적들이 담겨 있다. 갤러리 내부에 온기가 도는 이유다.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의 그림과 점토로 만든 작품. ⓒ김진수 기자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의 그림과 점토로 만든 작품. ⓒ김진수 기자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 김경자 할머니의 글과 그림. ⓒ김진수 기자
갤러리 우물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는 순천소녀시대’전에서 김경자 할머니의 글과 그림. ⓒ김진수 기자

 

“그림 그려 건강 찾았다”, “그림은 내가 치유다. 그림을 그리니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그림으로는 할 수 있다. 생전 안 해본 것을 해보니까 좋다. 글공부는 참 어렵고 힘들었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글로는 못하는 것도 그림으로는 할 수 있다”고 쓴 글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생긴 할머니들의 행복과 자신감이 담겨 있다.

할머니들의 서울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8년 3월 할머니들의 글·사진을 전시한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가 화제가 됐다. 광주광역시와 인천 등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도 전시가 됐다. 할머니들의 글·사진이 담긴 동명의 책도 출간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중석 작가는 2017년 초 할머니들을 만나 그림을 가르쳤다. 16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수업을 했다. 할머니들이 집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실력이 빨리 늘었다. 할머니들은 이미 한글 수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글·사진 전시가 가능했다.

김 작가는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하니 뿌듯했다. 본인들도 잘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셨다. 자랑할 게 있으니 자신감이 생기셨다. 큰 변화가 생긴 거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25일까지. 02-739-6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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