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페미니즘 대중화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면에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가해자들이 법정에 섰고, 여성을 옭아매던 ‘낙태죄’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 3인 시대가 열렸고, 여군 최초로 별 2개를 단 소장이 탄생했습니다. 문화계에서는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선을 담은 ‘여성 서사’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장학썬 사건’과 여성 연예인의 잇따른 죽음, 공기업의 채용 성차별 문제는 여성들을 한숨 짓게 했습니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젠더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2019년 상반기는 일명 ‘장학썬’이 집어삼켰다. 고 장자연 배우 성착취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건설업자 윤중천의 뇌물 및 성폭행 사건, 버닝썬 게이트를 합쳐 부르는 장학썬 사건은 연일 속보를 터뜨리며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 기득권 남성들의 성 적폐 문화와 여성을 재화로 보고 착취하는 여성혐오적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성들은 시위를 벌이고 사법부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12월 현재, 장학썬 사건은 대체로 1심 판결이 종료됐다. 결과는 처참하다. 고 장자연 사건은 무려 13개월을 조사했으나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장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은 검찰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아예 기소를 하지 않았으며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적용된 뇌물수수죄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 건설업자 윤중천 또한 면소 및 공소기각 판정을 내렸다. 버닝썬 게이트는 핵심인물로 지목되던 승리 등이 모두 관련 의혹들에서 빠져나갔고 다만 ‘승리 단톡방’으로 불법촬영물 유포, 성폭행 등을 저지른 정준영, 최종훈 등만 처발받았다. 

전문가들은 용두사미가 된 장학썬 사건이 드러낸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라고 지적한다. 김민문정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검찰개혁에 대해 “부정부패 척결, 정치적 중립 유지 같은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말로 개혁을 설명할 게 아니라 개혁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의 적용과 개선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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