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페미니즘 대중화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면에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가해자들이 법정에 섰고, 여성을 옭아매던 ‘낙태죄’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 3인 시대가 열렸고, 여군 최초로 별 2개를 단 소장이 탄생했습니다. 문화계에서는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선을 담은 ‘여성 서사’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장학썬 사건’과 여성 연예인의 잇따른 죽음, 공기업의 채용 성차별 문제는 여성들을 한숨 짓게 했습니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젠더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9일 서울 대법원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 유죄확정 선고 후 기자회견이 열렸다.ⓒ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9일 서울 대법원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 유죄확정 선고 후 기자회견이 열렸다.ⓒ여성신문

 

한때 ‘대권 잠룡’으로 불렸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3월 #미투로 사건이 알려진지 554일만의 일이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는 ‘진술 일관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조사 당시 진술과 항소심 법정에서의 진술이 계속해서 번복됐으나 피해자 김지은씨는 일관 된 진술을 이어나갔다. 아울러 ‘피해자다움’에 관한 구시대적 판단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해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넘겼고 사회경험이 상당한 사람”이라며 안 전 지사가 행사한 위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행사한 위력에 대해 인정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사법부에서 잘 인정되지 않았던 실체 없는 상급자에 의한 위력 성폭력을 판례로 남기고 성인지 감수성을 판결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재판 과정을 보도한 언론의 태도는 2차 피해를 양산해 심각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언론은 적극적으로 성범죄 가해자인 안 전 지사의 주장을 직접인용해 보도하고 사실상 사건을 전혀 알 수 없는 제3자들의 주장과 추측 또한 받아썼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재판 보도 과정에 대해 “언론은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끊임없이 내보냈다. 재판 중 검찰과 피해자 측 증인의 말은 비공개, 피고인 측 증인쪽 말은 공개된 상황에서다. 가해자 측 주장만 일방으로 퍼졌고, 감춰진 진실을 알려주는 인상까지 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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