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페미니즘 대중화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면에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 가해자들이 법정에 섰고, 여성을 옭아매던 ‘낙태죄’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 3인 시대가 열렸고, 여군 최초로 별 2개를 단 소장이 탄생했습니다. 문화계에서는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선을 담은 ‘여성 서사’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장학썬 사건’과 여성 연예인의 잇따른 죽음, 공기업의 채용 성차별 문제는 여성들을 한숨 짓게 했습니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젠더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4월11일 헌법재판소 앞에 선 여성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66년만에 헌법재판소는 낙태 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인 형법 제269조 1항(동의낙태죄)과 제270조 1항(자기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임신 초기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송은 2017년 2월 임부의 요청에 따라 낙태를 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 업무상 승낙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로 시작됐다. 위헌 소송을 위해 7명의 여성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이 꾸려졌고 이들은 171쪽의 변론서와 수많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성단체와 시민들은 수차례 낙태죄 폐지를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임신중지를 위한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다. 

과제는 아직 남았다. 입법부는 헌재가 정한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 이후 관련 법 개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도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 임신중단 약물 도입의 여부, 건강 보험 적용, 의료진 교육, 의료 사각지대에서의 접근성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사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3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 3000명(주최 측 추산)이 “여자는 인간이다, 내가 바로 생명이다”라고 외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낙태죄 위헌’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하나 기자
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비웨이브가 주최하는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 3000명(주최 측 추산)이 “여자는 인간이다, 내가 바로 생명이다”라고 외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낙태죄 위헌’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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