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혐의 빠진 채 기소된 김학의·윤중천
검찰 사건 은폐·축소 의혹 불거져

18일 시민·여성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검찰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여성신문
18일 시민·여성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검찰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여성신문

여성단체들이 18일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경찰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은 2013년 지인, 아는 교수 등에 의해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 갔다가 강간·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폭행, 약물 등에 의한 성폭력을 겪은 A씨의 고소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고 2018년 4월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의혹으로 검찰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진상조사 후에도 김 전 차관은 성범죄 관련 의혹이 빠진 채 뇌물죄로만 기소됐고 윤중천은 강간치상과 사기죄로 기소됐다. 

지난 11월 1심 재판부는 김학의 전 차관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뇌물수수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윤중천에 대해서는 면소 및 공소기각을 내렸다. 

한국여성의전화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을 포함한 총 704개 단체는 피해자 A씨와 함께 검찰의 수사와 재판부의 판결에 반발해 김학의·윤중천을 다시 성폭력으로 고소하며 검찰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한다. 여기에는 2013년부터 A씨가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피해사실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시민·여성단체들이 18일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시민·여성단체들이 18일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공동변호인단 최현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성인지 감성을 잃은 전형적인 판결”이라고 밝히고 1심 판결 선고의 문제점을 4가지로 추렸다. 최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인 A씨가 저항 이후 더 심각한 피해를 입으며 윤중천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윤중천이 일방 지급한 역삼동 오피스텔과 잡화점을 대가성으로 이해한 부분 △구체적 기억을 토대로 한 비전형적 사실에 관한 진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진술이 배제된 점 △피고인과 피고인측 참고인의 진술은 불일치와 번복이 반복되었음에도 모두 인정된 점 △증인과 참고인의 증언은 사실에 관한 내용이 판결에 반영되어야 함에도 “A씨가 돈을 받는 것 같았다”와 같이  근거 없는 추론과 감정이 반영된 점 등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선 한국여성의전화 운영지원국 국장이 피해 당사자 A씨의 발언을 대독했다. A씨는 “1심 판결은 알아서 목숨을 끊고 세상 조용해지도록 죽으라고 말하는 판결로 들렸다”며 “윤중천과 김학의로 받은 병은 검찰과 사법부로 더 깊어졌다”고 밝혔다.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 본부장은 “윤중천·김학의 성폭력 사건은 여성이 거래될 수 있는 재화인 듯 성접대 사건으로 다뤄지고 200여건에 이르는 범죄피해 사실 중 극히 일부만을 기소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재판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고 책임은 누구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어보이는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여성신문
경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어보이는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여성신문

 

이찬진 변호사는 이번 검찰 직권남용 고발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검찰 직권남용에 관한 고발은 2013년과 2014년 피해자 A씨의 피해사실 호소와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며 은폐·축소한 의혹이 있는 검찰 수사진에 관한 어떠한 조사도 없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2018년 재구성된 특별수사단에 있어서도 합당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언론 보도와 국회 청문과정 등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조사 부분을 뒤집고 기소를 막기 위해 경찰의 압수수색 기각,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반려 등 수사방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관한 직무유기 공소시효는 3년으로 이미 지났으나 직권남용 혐의는 10년 공소시효로 일자가 남아있다. 

기자회견단은 기자회견문에서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피해자에게는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성폭력 사건의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를 벌이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회자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윤중천과 김학의가 저지른 범죄,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낭독하면 참가자들이 줄지어 일어나 “나는 고소, 고발한다”고 외쳤다. ⓒ여성신문
퍼포먼스를 벌이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회자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윤중천과 김학의가 저지른 범죄,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낭독하면 참가자들이 줄지어 일어나 “나는 고소, 고발한다”고 외쳤다. ⓒ여성신문

 

회견문 낭독 후 사회자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윤중천과 김학의가 저지른 범죄,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낭독하면 참가자들이 줄지어 일어나 “나는 고소, 고발한다”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에 검찰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장을 제출하는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검찰은 윤중천·김학의 사건 수사에 있어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다.  ⓒ여성신문
경찰에 검찰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장을 제출하는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검찰은 윤중천·김학의 사건 수사에 있어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다. ⓒ여성신문

이날 모인 70여 명의 참가자들은 윤중천·김학의, 검찰에 대한 “고발장”이 써진 피켓을 들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까지 이동했다. 주최측은 경찰청에 윤중천·김학의 사건에서의 검찰 직권남용 혐의를 고발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부실수사 은폐수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부정의한 사법기관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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