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선수 3명 중 1명은 폭력 피해… 성폭력도 초중고 2~3배
대학 운동선수 3명 중 1명은 폭력 피해… 성폭력도 초중고 2~3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2.17 09:58
  • 수정 2019-12-1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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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학 운동선수 인권침해 실태조사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올해 1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빨리 오라고 손목을 잡고 가거나,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 하냐?’라고 한다거나…“(A선수)

“선배에게 라이터·옷걸이·전기 파리채로 맞음”(B선수)

대학교 운동선수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한 위계 문화 속에 언어·신체·성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선수에 대한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한 4924명 중 1514명(31%)이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을 들으면서 생활을 했다.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주로 피해를 입었다. 선배선수(58%), 코치(50%), 감독(42%) 순으로 피해를 입었다.

1613명(33%)은 구타 등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5.8%(255명)은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한다고 응답했다.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나온 11.6%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신체 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박기, 엎드려뻗치기’(26.2%)였다.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행위’(13%)가 뒤를 이었다. 가해자는 선배 선수가 72%로 가장 높았다. 코치(32%), 감독(19%) 순이었다. 기숙사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이 62%로 가장 높아 편안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73명(9.6%)이나 됐다. 초중고 선수 피해실태보다 높았다.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4%(여자 9.2%·남자 3%)였다.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는 응답은 2.5%(여자 3.3%·남자 2.2%)였다. 여자선수들이 언어적인 성희롱을 더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자 선수들은 ‘누군가 자신의 실체 일뷰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4.3%)와 같은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았다.

여자선수들이 경험한 언어적 성희롱의 가해자는 주로 남자선배였다고 조사단을 전했다. 남자선수들이 경험한 신체적 성희롱은 남자선배, 남자코치, 남자감독 순으로 나타나 동성 간 성희롱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자선수들은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는 장소로 훈련장을 꼽았다. 남자선수들의 경우 신체적 성희롱을 주로 숙소에서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짐(1.2%)’, ‘신체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함(0.7%)’과 같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강제추행이나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성폭력도 조사됐다. 성폭행에 해당하는 ‘강제로 성행위(강간)를 당한 경우’도 2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자선수는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3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남자선수들은 ‘싫은 내색을 했다’(4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인권위는 “초중고 학생들보다 오히려 성인인 대학생 선수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함을 확인했다. 대학생임에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하는 동아리활동 등 대학 생활을 온전히 경험하기 힘들 뿐 아니라, 운동부만 따로 생활하는 합숙소 생활에 대한 과도한 규율과 통제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으며,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 학생선수를 ‘어른 아이’로 통칭하면서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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