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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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 두 번째 소설집이다. 그의 ‘아이러니’ 컬렉션이랄까. 한참 애쓰는데, 아내가 번번이 교성 대신 폭소를 터뜨리더니 이상해져버린다는, 자폐아 아이를 둔 ‘나’의 이야기인 <폭소>나, 백화점 판매원인 여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키우던 개가 매고 있던 개줄이 칼로 죽죽 그어대서 너덜너덜해진 채 배달돼 오는 것을 시작으로, 걸어놓고 한 마디 말없는 전화가 걸려와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스토커>까지 반전과 풍자가 빛난다. 경쾌한 문장 속에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뱀장어 스튜>로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권지예 지음/ 문학동네 간/ 8,500원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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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5·18광주항쟁 23돌을 맞아 대통령까지 광주국립묘지를 찾는 세상이지만, 한때 광주는 불온의 도시였다. 그 항쟁이 아직 쉬쉬되던 1988년 5·18을 다룬 첫 단편소설이 ‘깃발’이다. 끊임없이 ‘오월 광주’를 이야기해온 홍희담의 첫 소설집이다. ‘오월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깃발’부터 그 이후에도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그려낸 ‘김치를 담그며’까지 여전히 작가는 광주에 있다.

홍희담 지음/ 창작과비평사 간/ 8,500원

전쟁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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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사실 널리 알려진 독설가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도 사실 풍자소설이다. 그는 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20세기 초에 필리핀과 미국 전쟁을 지켜보고 읊은 노래다. 일명 반전 우화다. “오, 우리 주 하나님이시여! 우리를 도우시어 우리의 포탄으로 저들의 병사들을 갈기갈기 찢어 피 흘리게 하소서.(중략)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비통에 빠져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하략)” 그의 풍자적 기도에 붙은 그림들은 케테 콜비츠를 닮았다. “욱!”소리가 절로 난다. 그의 예언대로 이 책은 그 당시 출판이 거부됐다가, 사후에 출간됐다.

마크 트웨인 지음, 존 그로스 그림/ 돌베개 간/ 7,000원

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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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프랑켄슈타인? 이 누덕누덕 기워져서 다시 살아난 시체인간이 채식주의자였다나? ‘페미니즘-채식주의 비판이론과 육식의 성정치’란 부제 그대로다. 저자에 따르면, 육식도 성정치의 일면이다. 어떤 사람(동물과 여성)이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가부장제 문화에 의해 결정됐다나? 육식이 사나이다움의 의미를 함축한다. 고로 가부장제 소비 문화를 뒤흔들기 위해 고기를 먹지 말라. 쌀을 먹는 것이 여성을 믿는 것이다. “결국 육식은 모든 식사에 남성 권력을 재차 새겨 넣은 것”이란 주장 앞에, 좀 전에 먹은 돈가스가 턱 걸린다.

캐럴 J. 애덤스 지음/ 미토 간/ 16,000원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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