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후회하는 자들

방송국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올란도와 미카엘은 성전환 수술을 했던 것을 후회했다고 이야기한다. ⓒ극단 산수유(사진 이은경)
방송국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올란도와 미카엘은 성전환 수술을 했던 것을 후회했다고 이야기한다. ⓒ극단 산수유(사진 이은경)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키가 크고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체구가 작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다. 공통점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은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전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서울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Space111)에서 공연 중인 ‘후회하는 자들’(류주연)은 자신의 성(性)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다. 왜 두 명이 트랜스젠더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듣다보면 인간을 성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점에 도달하게 된다.

연극은 성전환 경험이 있는 ‘올란도’와 ‘미카엘’의 70분가량의 대화로 이뤄진다. 1967년 스웨덴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올란도는 여성으로 살다가 다시 수술을 해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카엘은 50살에 성전환 수술을 해 여성으로 살아가지만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아기자기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동경한 올란도와 ‘남성답지’ 못한다는 주변에서 시선이 싫었던 미카엘은 생물학적 여자로의 전환을 선택한다. 하지만 올란도는 파혼을 겪고 미카엘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기지 못하면서 성전환 수술을 한 자신들의 선택을 뒤늦게 후회한다.

연극은 사회가 규정하는 젠더의 역할이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 의문점을 던진다. 올란도와 미카엘은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지만, 그런 행동은 언제까지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다. 겉모습이 바뀌면 내면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썼을 때 남에게 다가가기 쉬웠다는 미카엘은 “그건 내가 아니었으니까”라고 말한다. 미카엘은 붉은 정장을 입은 올란도를 보고 “정말 남자로 돌아가고 싶은 게 맞냐”고 질문한다. 올란도는 “사람들이 내 정체를 확신하기 어려워하는 게 포인트”라고 한다. 두 주인공의 대화에 빠져 들다보면 관객들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굳이 구분할 필요할 이유가 있을지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다.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해진 현 시대, 이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묵직할 수밖에 없다. 지춘성, 김용준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1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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