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주부 등 가사노동 플랫폼 확산
정부, 플랫폼 운영방식 규제 풀어
가사노동자 노동자성 보장은 어디로

 

4차산업혁명시대 노동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플랫폼 노동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배달기사들의 노동이 대표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프리랜서나 독립계약자가 많아 노동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가사노동도 플랫폼 노동의 주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 11월 27일 정부는 가사서비스 플랫폼(대리주부)을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이 신청한 규제샌드박스(신제품·신서비스의 시장출시 지원을 위해 일정기간 기존 규제 면제해주는 제도)를 수용했다. 플랫폼 서비스 회사는 가사노동자를 희망자에 한해 직접 고용하고 연차휴가·유급휴일·휴게시간 같은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규제샌드박스는 근로기준법상의 일부만 적용하고 그 외 적용은 제외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가사노동자를 제한적으로나마 노동자로 인정하는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플랫폼 운영사도 향후 가사노동자를 보호할 특별법 제정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플랫폼 운영방식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이번 조치가 과연 가사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정부 발의안에 근거한 규제샌드박스 수용안과 여성노동계가 지지하는 이정미 의원 발의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주당 근로시간 인정 시간과 휴게시간 차이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노동법의 일부만 적용되는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안은 최소 근로시간을 15시간으로 설정하면서 가사노동자의 명시적 의사, 경영상 이유로 인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게다가 휴게시간과 관련해서도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이정미 의원안은 최소 근로시간을 주당 15시간 이상으로 하고 1시간당 10분씩의 휴게시간도 정하고 있다. 주당 15시간 이상 노동은 노동자로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비공식 부분 노동자들의 일부에게 그것도 제한적인 노동권만을 보장하는 제도 운영이 노동자의 보호가 아니라 사업주의 사업의 용이성과 편의성만을 높여주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가사·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라는데 답답함을 호소한다.

“회사 다닐 때에는 나 어디 다녀 무슨 일 해 이렇게 떳떳하게 말하고 그랬는데. 이 일을 하고 다녀보면 어딘지 모르게 사람들이 한 치 아래로 볼 것 같은 느낌. 저도 옛날에는 그렇게 봤거든요. ‘얼마나 일할 게 없으면 거길 갔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가사노동자들을 인터뷰했을 때 이들은 낮은 사회적 인식을 힘들어했다. 가사노동자들은 보통 ‘파출부’, ‘가정부’,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간병인’ 등으로 불리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비공식부문 노동자로 불렸다. 국가에서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기에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낸시 프레이저는 문화적 부정의가 경제적 부정의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가사노동자를 사회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적 부정의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경제적 부정의와 밀접하다는 말이다. 프레이저는 동등한 참여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참여하고 동등한 자격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가사노동자의 문화적 부정의와 경제적 부정의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들이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게다. 바로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가사노동자를 보호할 법을 제정하는 것. 그런 후에야 이들의 노동은 떳떳해지고 인정받는 노동으로, 정당한 임금을 받는 노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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