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보이스퀸’
실제 가수 못지않은 실력 선보인 주부들
결혼·육아 등으로 꿈 접었던
여성들의 도전

63세 참가자 전영분 씨는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를 완벽하게 소화해 방청객들과 심사위원단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MBN
63세 참가자 전영분 씨는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를 완벽하게 소화해 방청객들과 심사위원단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MBN

주부들의 뜨거운 목소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지난 11월21일부터 MBN이 내놓은 예능프로그램 ‘보이스퀸’은 결혼, 육아 등으로 가수에 대한 꿈을 접었던 주부들이 다시 무대에 도전한다는 음악 서바이벌이다. 일명 ‘퀸메이커’라고 불리는 심사위원단 10명이 심사한다. 가수 김경호, 김혜연, 박미경, 인순이, 태진아, 그룹 '룰라'의 이상민, 작곡가 윤일상, 국악인 남상일, 개그맨 황제성, 그룹 '모모랜드'의 주이가 노래 심사를 한다. 최후의 '보이스퀸'에게는 5000만원의 상금과 음원 발매의 기회 및 각종 특전이 주어진다.

미디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주부들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2세부터 64세에 이르는 80명의 주부 도전자들이 출연한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출연자들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짙은 가창력을 선보인다. “저희 집은 아들은 대학은 가야되고 딸들은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혼 전에 라이브 가수였다. 남편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귀어를 했는데…(중략) 항상 마음속에는 (가수에 대한) 꿈이 남아 있었다” 등 출연자들의 사연부터 결혼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이혼 후 싱글맘으로 살아가거나 어릴 적 유괴를 당했다가 살아남아 여군이 된 주부들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이돌의 최신곡이 등장하진 않지만 트로트부터 재즈, 록, 팝, 일반 가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은 다양한 곡들이 나와 흥을 돋웠다. 1회부터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편성했지만 5.3%(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자사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5일 방송된 3회에서는 8.1%까지 올라갔다. 시청자들은 “나도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도전하는 여성 참가자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빠질 수 없는 ‘눈물 없는 사연’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주부로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무대에 섰다는 점이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모습이다.

MBN ‘보이스퀸’은 참가자 자격 기준을 주부에 두었다.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주부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의 프로그램이다. ⓒMBN
MBN ‘보이스퀸’은 22세부터 64세에 이르는 주부들이 노래로 대결하는 음악 서바이벌이다.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지 않은 주부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MBN

‘보이스퀸’을 총괄하는 박태호 MBN 제작 본부장은 “주부들이 결혼이나 육아로 희생하면서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저는 ‘가수의 꿈’에 집중했다. 출연자들을 통해 꿈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기성세대가 아닌 주부들에게도 각자 캐릭터가 있다. 싱글맘이나 이혼하신 분들이 당당하게 (방송에) 나와 뭔가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참가자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노래) 장르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면서 우리가 흔히 주부라고 이야기했을 때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부들이 부르기 소화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심사위원단) 멘트라던가 출연자들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호명된 부분에 대해선 (주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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