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

@15-2.jpg

색다른 귀신 영화 <장화, 홍련>

가족괴담을 표방한 <장화,홍련>이 드디어 뚜껑을 연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새엄마와 아버지와 두 자매, 한 가족 이야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들 관계가 이상한 건지, 집이 이상한 건지, 아무튼 뭔가가 있다. 그 뭔가가 미스터리고, 그 뭔가가 공포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영화는 밝고 아름답다. 화면엔 컬러가 넘치고, 색깔들은 살아있다. 다만 가족괴담이라기보다 ‘새엄마 괴담’이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 이어 아름답고 슬픈 공포영화계에 발을 디딘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를 만나 보자.

가족괴담을 표방한 <장화, 홍련>이 드디어 뚜껑을 연다. 하지만 함부로 뚜껑을 열었다간 다친다. <장화, 홍련>은 맥주 같은 영화다. 열면 김 빠진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새엄마, 아버지와 두 자매, 한 가족 이야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들 관계가 이상한 건지, 집이 이상한 건지, 아무튼 뭔가가 있다. 그 뭔가가 미스터리고, 그 뭔가가 공포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영화는 밝고 아름답다. 화면엔 컬러가 넘치고, 색깔들은 살아있다. 다만 가족괴담이라기보다 ‘새엄마 괴담’이다. 소재 자체가 조금 식상하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 이어 아름답고 슬픈 공포영화계에 발을 디딘 김지운 감독의 변.

- 어떻게 공포영화를 찍을 생각을 했나?

“어려서 TV에서 본 히치콕 영화가 인상 깊었다. 전부터 아름다운 공포영화를 하고 싶었다. 아주 무섭고 아름답고 슬픈 호러영화. 장화, 홍련이 가장 적합하다 생각했다. 우리 고전 중에 현대버전으로 옮겨도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영화로 풀어 보는 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장르로 호러 영화를 생각한 두 가지 동기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색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처음엔 촬영한 후 CG로 색보정을 생각했으나, 테스트 초안을 보고 해보니까 힘들어도 아날로그 작업이 의미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하면서 사람들이 왜 그 작업을 안 하는지 알았다.(웃음) 그건 무척 까다롭고 지치는 작업이다. 또 ‘공포영화’하면 생각나는 무섭고 그런 음악 말고,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많이 썼다. 그 음악이 정서와 감정적 접근에 도움을 많이 준다. (이번 작품은) 주연배우, 스태프들이 신인이자 데뷔가 많았다.(수미 역을 맡은 임수정은 신인이고, 이모개 촬영감독은 데뷔작이다) 그래서 할 수 있었던 실험정신이나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하려던 비주얼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색감을 표현하려던 소기 목적은 이루지 않았나 자평한다. 앞으로도 새 작업을 시도할 것이다.”

가족 불합리 극단적 상상력으로 풀어 내

세상은 귀신, 이해 안 되는 부조리 투성이

- 공포 체험을 모집했던 걸로 안다. 그걸 많이 활용했나?

“공포체험담은 구체적 묘사의 큰 틀은 아니고, 공통적인 것을 추출했다. 공포를 느끼는 때는 일상과 약간 속도가 다르다. 귀신이 나타날 때는 자연속도가 아니다. 또 얼굴이 발광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얼굴이 흐릿하게 발광한다. 그런 부분을 모아서 집안 귀신 형상을 만들었다. 옷장 귀신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엎치락 뒤치락 연기에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레슬링도 그렇지만, 공포 영화도 배우들에게 체력을 많이 소모시키는 연기다. 공포가 주는 건 인물의 극단적 심리적 순위를 표현해야 한다. 그런 연기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고 그걸 완벽히 소화해야 한다. 공포 연기는 메소드가 따로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혼자서 상상해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고. 호러퀸이 에너지가 대단히 많은 사람이란 걸 작업을 통해 알게 됐다.”

- 당신 영화는 가족에 대해서 항상 비관적 요소가 묻어난다. 가족에 대해서 비관적인가?

“감독을 하기 전 10년 가까이 백수생활을 하다보니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아무래도 가족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아무리 화목한 가족이라도 가족이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있다. 이를 극단적 상상으로 표현한 거다. 모든 사회 기초는 가족이란 생각이다. 가족이 바로 서야 사회가 선다. 그리고 우리 집 형제는 다 재밌고 좋은 사람들이다. (웃음)”

- 귀신같은 것을 믿나?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현실로 받아들인다. 현실은 그런 거 같지만은 않다. 세상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진 않는다. 부조리하고 판단이 잘 안 서고 그러는 것 투성이다. 세상은 귀신처럼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그런 걸로 구성돼있지 않나. 예를 들자면,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그렇다.”

- 배우들은 어떤가?

“염정아씨는 겉으론 털털하지만, 외부소리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염정아씨가 지닌 히스테릭한 부분을 새엄마 캐릭터로 옮기면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 임수정씨를 오디션에서 발탁한 걸로 안다. 이유가 있나?

“오디션 할 때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 살면서 적개심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 그런데 임수정씨는 다른 배우들과 달랐다.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대답하더라. 그래서 적개심과 죄의식이 혼합된 인물로 적합하다 생각했다. 또 드러나는 표정들도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임수정과 문근영은 또래 다른 연예인과 다른 문화를 가진 게 보였다. 그런 점이 맘에 들었다.

조은미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