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군축, 평화, 개발, 여성. 국제 사회의 현안을 주시하며 각 분야의 국제 전문가로 발돋움할 초입에 서있는 이들. 열린 마인드와 유엔 직원으로서의 봉사와 열정으로 올해 말 파견될 기구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7기. 국제 기구에 진출하는 방법과 그들의 지원 배경, 합격 노하우를 소개한다.

군축, 평화, 개발, 여성. 국제 사회의 현안을 주시하며 각 분야의 국제 전문가로 발돋움할 초입에 서있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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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젊은 여성들. 올해 7기를 맞은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7명은 전원이 여성이다. 왼쪽부터 박혜진, 이지은, 채수은씨.

올해 말 파견될 기구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7기는 공교롭게도 7명 전원이 여성이다. 5명이 여성이었던 6기 JPO에 이어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부분. 향후 미래 한국의 얼굴이자 국제 사회 내 한국 정부의 발언권을 높여 줄 이들의 정식 직책은 국제공무원이다. 유엔 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공정한 마인드와 국제 감각이 우선시 되는 위치다.

어떤 ‘토양’에서 자란 이들일까. “워싱턴 DC, 미국 정치의 중심이니까 세계 정치의 중심이라고 볼 수도 있죠. 미국 다른 지역에 있는 국제대학원 학생들이 여름 방학 때 DC로 와서 인턴을 할 정도니 적극적으로 찾기만 하면 기회가 굉장히 많아요.”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올브라이트 장학생으로 국제관계를 전공한 채수은(28)씨는 “국제관계의 중심에 있으면 보다 현장감 있게 공부할 수 있다”며 “기회가 있으면 일단 나가는 것이 좋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라”고 전한다. 어린 시절 남미에서 생활한 채씨의 경험은 이후 저개발 국가, 빈곤 축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우리보다 공부양도 훨씬 많고 각종 인턴십이나 국제 회의에 많이 노출이 되거든요.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장려를 일단 많이 하죠. 그런 기회를 통해서 이론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접하게 되요.” 1년 간 미시간 대학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한 박혜진(28)씨 역시 다양한 해외 경험을 살려 JPO에 도전했다. “여러 문화권에서 생활하다 보니 문화권마다 마찰이 생기는 걸 보아왔다”며 문화 외교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자기만의 스토리 라인으로 동기 부여해야

순수 국내파인 이지은(29)씨는 대학 때 열심히 인턴으로 참여해 국제기구 진출 기반을 마련한 경우. 외대 국제대학원에서 동남아 지역학을 공부하는 동안 유엔개발계획(UNDP) 뉴욕 본부와 방콕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이씨가 제 3세계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즈음이다.

“많은 좌절이 있죠. 인턴이 무료 봉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일을 주고 자세히 가르쳐주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사실 없어요.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핀다는 것이지 그렇게 중요한 책임을 딱 받아서 코치를 받거나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화려함 이면에는 국제 사회가 분담해야 할 가볍지만은 않은 사안들이 놓여있다. 이는 세계 각지로 파견되는 국제기구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만만찮은 업무들이기도.

“아프리카에 간 사람들은 너무 일이 많아서 모든 것들이 바다에 그냥 없어지는 것 같은, 아무리 붓고 부어도 별로 진전이 없는 그런 걸 보면서 지쳐서 돌아오기도 해요. 저 역시 인턴하면서 우울해 질 때도 있었지만 감정을 배제할 줄 아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20대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모처럼 만난 JPO 동기들과 회포를 푸는 데 여념이 없지만 중남미, 아프리카,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쌓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각자의 ‘스토리 라인’은 이들만이 갖는 공통점이다. 거기에 어느 국제기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명확한 비전과 실력 없이는 발을 디뎌보지도 못할 만큼 국제 사회를 향한 열정과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경쟁력으로 똘똘 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사람을 뽑아야죠.” 채씨의 말에 “국내파면 사실 어려운 시험이지만 문화적인 소양 측면에서 세계 각지를 많이 돌아다녀 보고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생길 수 있도록 스토리 라인을 많이 만들라”고 이씨가 덧붙인다. 이씨 스스로 제 3세계 국가의 현장을 목격하고 가슴아파했던 것처럼 강한 동기 부여가 있으면 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

60억 인구, 동료이자 경쟁 상대

파리에서 아시아·유럽관계학 공부를 했던 박씨는 “외국에서 공부를 할 때 대부분 미국을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다 보면 상당히 다른 시각의 이론들을 접한다”며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할 때도 두루두루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문화를 향한 열린 마인드(culture free attitude)와 유엔 직원이라는 봉사와 열정을 가질 것. 다양한 인턴십 기회를 포착해 국제 네트워킹을 만들 것. 국제 기구에 진출하길 원하는 JPO 준비생들에게 이들이 던지는 조언이다.

국제기구에 바로 채용이 되지 않아도 경험을 토대 삼아 국제협력 전문가로 커나갈 수 있는 통로는 열려있다. JPO 1기였고 현재 여성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혜경(39) 사무관은 “JPO는 단편적으로 보면 국제기구에 진출시킨다는 목적을 갖지만 다른 한편 국제 협력 요원을 기르는 장기적인 목적을 갖는 제도”라며 “고급 인력인 JPO들이 많이 선발되어 훈련 과정을 거치고 나면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전한다.

“단기적으로 특정한 시험을 통해 되려고 하기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자격 요건들을 갖춰 가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면 중도에 나올 수도 있어요. 넓고 길게 봐야 하는 일이죠.” 외교통상부 강석희 외무관의 지적이다.

세계무대를 향해 뛰는 여성들의 패기와 역량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이들의 동료, 그리고 경쟁 상대는 바로 세계 각지의 60억 인구가 될 것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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