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의 할리우드 뒤집기]

할리우드가 점점 더 15~25세 남성관객들을 위한 액션 블록버스터에 승부를 걸면서 여성감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영화 창작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회장직엔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할리우드가 내놓는 극장용 및 TV용 영화에 여성들의 입김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할리우드를 이끄는 파워 우먼들은 누구인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늘면서 여성 입김도 늘어

특수효과 전문 여성촬영감독 안나 포어스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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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마사 쿨리지, 빅토리아 리스킨, 멜리사 길버트, 캐더린 케네디.

할리우드가 점점 더 15~25세 남성관객들을 위한 액션 블록버스터에 승부를 걸면서 여성감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흥미롭게도 영화 창작인들이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회장직엔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영화인들의 직능별 4대 단체는 시나리오 작가협회 (Writers Guild of America)와 배우조합 (Screen Actors Guild), 감독협회 (Directors Guild), 제작자협회 (Producers Guild)이다. 현재 이들 4개 단체의 장은 모두 여성들이다. 2002년 3월9일 멜리사 길버트가 배우협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할리우드는 사상 처음으로 주요 직능단체들이 모두 여성들에 의해 운영되게 된 것이다.

마사, 감독협회 사상 첫 여성회장

마사 쿨리지는 2002년 3월 10일 감독협회의 사상 첫 여성회장에 당선됐고, 빅토리아 리스킨은 2001년 9월 21일 이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시나리오작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캐더린 케네디 역시 2001년부터 제작자협회 공동회장으로 일하다 2002년 5월 20일 선거에서 단독회장에 당선됐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할리우드가 내놓는 극장용 및 TV용 영화에 여성들의 입김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게 중평. 케이블방송사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두각을 나타내는 HBO의 연속극 <소프라노스>와 <섹스 앤 더 시티>도 그렇고 흥행에 실패하긴 했지만 평가가 좋았던 <엠파이어>같은 영화도 여성들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꼽힌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미녀 삼총사2>와 우마 서먼이 주연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영화도 여성들이 할리우드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영화로 기대되고 있다.

제작자협회의 회장인 캐더린 케네디는 할리우드의 파워우먼 중의 파워우먼으로 꼽힌다. 1984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남편 프랭크 마셜과 함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을 차린 그녀는 92년까지 이 회사 회장직을 맡아 역대 톱 20에 들어가는 많은 영화들에 관여했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컬러 퍼플>, 테크놀로지의 승리로 일컬어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와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쉰들러 리스트>, 한때 최고 흥행작 자리를 차지했던 <쥬라기공원> 등이 모두 그녀가 수석 제작자로 참여해 만든 영화들이다. 남편이 감독한 <콩고>, 스필버그의 <잃어버린 세계>, <콘택트>,<식스 센스>도 모두 그녀가 제작자였다.

시나리오작가협회장인 빅토리아 리스킨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후 15년간 심리치료사로 개업했다.

그러다 89년 ABC방송의 영화 <마지막 최고의 해>의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으면서 성공적인 영화인으로 변신했다.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비평적으로 인정받은 <찢겨진 도시>, <세계2차대전: 사자들이 울부짖을 때>와 <웨딩 멤버들> 등의 영화를 썼다.

<초원의 집>의 멜리사는 배우협회장

배우협회장인 멜리사 길버트는 1974년부터 82년까지 방영된 TV시리즈 <초원의 집>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아역출신 배우. 이후 영화에는 많이 출연하지 않았지만 TV 드라마에는 자주 출연해 바쁜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꾸준한 활동으로 성인역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을 이루었고 애니메이션 목소리 성우로도 활동했다.

마사 쿨리지는 극영화와 TV용 영화에서 폭넓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 <밸리 걸>, <램블링 로즈> 등 장편 독립영화로 인정을 받기 시작해 두 차례 감독협회의 뛰어난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다. 92년 우먼 인 필름이 수여하는 크리스털상을 수상했으며 98년에는 감독협회가 수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로버트 올드리치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들 단체장들과는 별도로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한 여성촬영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촬영감독의 수는 전체 영화인의 1% 이내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데다 특수효과 전문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안나 포어스터가 그 주인공. 확실히 보수적인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볼 때 특수효과 전문 여성 촬영감독은 특이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10여년 전 독일에서 이민 온 포어스터는 16살 때부터 촬영에 빠져 부모들이 아프다는 편지를 써주는 것으로 결석을 줄여 영화스태프들과 일하면서도 무사히 고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몇 안 되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상승했는데 그녀가 특수효과 촬영을 담당한 작품에는 <인디펜던스 데이>, <에이리언 4>, <고질라>와 <피치 블랙> 등이 있다. 지난 2월에는 <스튜어트 리틀 2>로 시각효과 협회가 수여하는 최고 시각효과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공이 항상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2001년 말 그녀는 새롭게 뜨는 신인감독과 만나 조감독직과 더불어 촬영감독직을 제의 받았지만 촬영지인 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차를 타러 가던 중 제작사로부터 투자사가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일을 맡길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연락을 받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자신의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는 포어스터의 다음 프로젝트는 <내일 모레> (원제 The Day After Tomorrow). 데니스 퀘이드와 셀라 워드 주연의 특수효과 영화로 특수효과 장면만 500~700 컷에 이른다고 한다.

이남/ 재미 영화평론가, USC 영화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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