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 게이트’ 1년
승리, 유인석, 윤총경 등
핵심 인물 모두 책임 회피
여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만 보여줘

 

버닝썬 사건을 둘러싼 '경찰 유착 의혹' 부분과 관련해 현재까지 입건된 경찰관 5명 이외에도 내사를 받는 경찰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클럽 버닝썬 내부. ⓒ뉴시스·여성신문

성폭력·마약·성매매알선·불법촬영물·경찰유착·탈세 등 범죄의 온상이었던 ‘버닝썬 게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난지 1년이 지났다. 수많은 여성들이 공분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마무리된 버닝썬 게이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남성 강간문화의 공고한 현실과 검찰개혁에서의 ‘성평등’의 필요성이다. 

지난 1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이 남성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됐다. CCTV를 공개한 김상교씨는 버닝썬 내 성폭행과 강간약물 ‘물뽕’(GHB) 유통이 MD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도시 전설처럼 전해졌던 ‘남자가 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고 나니 성폭행 당한 후였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드러나자 온 사회가 공분했다. 수많은 피해자와 일부 여성 MD가 증언에 나섰고 언론사들은 앞다퉈 물뽕이 얼마나 구입하기 쉬운지, 클럽 내에서 마약을 경험하기 쉬운지 보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발표한 조사한 ‘클럽 내 성폭력·강간약물 사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7%가 클럽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 강남 클럽의 여성 MD 마마(가명)는 “클럽 남성 직원들은 여성 직원이 같이 있는 공간에서도 물뽕과 강간에 관한 농담을 하고, 강간에 관한 농담을 하고, 성매매 산업에서의 영업전술과 아주 유사한 전술을 취하라고 직원에 요구한다”고 증언했다. 

2월 공익제보자에 의해 드러난 일명 ‘승리 카톡방’은 충격 자체였다. 버닝썬 대표이사를 맡았던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는 적극적으로 ‘성접대’에 나서고 있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동업자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는 “승리가 일본인 사업가 일행을 위해 성매매 여성을 부르고 성매매 비용을 지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 남성 연예인들의 성폭행과 불법촬영물 촬영 및 유포까지 폭로됐고 경찰 간부인 윤모 총경과의 유착 의혹까지 드러났다. 이들에게 여성은 사업과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월 국회에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부조리 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으나 152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 결과 발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클럽 내 성폭력 문제는 찾을 수 없었고 승리와 유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발표 직후 15개 여성단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수사대가 발표한 버닝썬 게이트 수사 결과를 규탄했다. ‘익명의개인 여성들’ 또한 청와대 사랑채와 강남 논현역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고 클럽 내 성폭력과 수사결과를 성토했다. 

뒤늦게 서울지방경찰청과 강남경찰서 등은 서울 강남 클럽 단속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7월 ‘클럽 불법행위 합동대응팀’을 구성하고 관련 부서를 총동원해 상시 단속에 나섰다. 관할서인 강남경찰서 또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수시로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열었다. ‘제2의 버닝썬’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다. 강남 클럽의 남성 MD 김모씨는 “버닝썬과 아레나 MD들은 여전히 강남 클럽과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며 “클럽은 바깥과 다른 별세계다. 잠깐씩 경찰이 온들 바뀌는 게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9일, 집단 성폭행과 불법촬영·유포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30), 최종훈(30)에 각각 징역 6년과 5년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회사원 권혁준(30) 등 또한 징역형을 받았다. 핵심인물이었던 승리는 성매매와 성매매알선을 포함한 7개 혐의로 6월에 검찰에 송치됐으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다만 지난 8월 상습 원정 도박 혐의로 경찰에 입건 된 후 경찰은 11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상습 도박 정황을 파악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버닝썬의 공동대표였던 이문호(29)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고착화 되는 곳이 법률과 집행기관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청에 근무하는 여성 8194명 중 임용 후 성희롱·성범죄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1.6%였고 여성 검사의 경우 70.6%가 해당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여성폭력과 관련한 신고와 고소는 제대로 수사받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불기소 결정이 잦다. 김민문정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검찰개혁에 대해 “부정부패 척결, 정치적 중립 유지 같은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말로 개혁을 설명할 게 아니라 개혁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의 적용과 개선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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