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입을 열었다. 추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린 너무 안이하게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이고, 민족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정책을 무시당하고도 지나쳤음이 안타깝다”며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 정책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추 의원은 이에 앞서 신당 추진세력을 비난한 바 있고, 최근 들어선 다시 신당쪽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당하고 능력 있는 차세대 여성지도자, 여성 문제에 무관심한 야심가란 극단의 평을 받고 있는 추 의원. 그의 행보를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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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회담 비판, 신당 견해 표명최근 행보 잰걸음

민주당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갑)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사람이다. ‘정말’ 큰 일이 없는 한 언론 인터뷰도 꺼린다. 국회나 지역구, 행사현장에서 앞을 가로막아도 1분 넘게 시간을 내주는 법이 없다. 빡빡한 일정 탓이란다.

실제 그는 바쁘다. 요즘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하루 대여섯개 일정을 소화한다. 6월 첫 주, 통일부 당정회의부터 고교생 체험교육까지 종류도 갖가지다. 매주 화·목요일엔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틈틈이 대학 특강을 다니기도 한다.

오기가 생긴 기자들이 한마디라도 잡으려고 하루살이처럼 그의 곁을 맴돌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다. “주제가 뭔가요.” 본지도 여성현안을 주제로 내걸고 여러 번 ‘뉴스메이커’ 추미애를 따라 잡았다. “그 문제에 대해선 할 말 없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신당문제로 주제를 돌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멈추지 않는 노무현 비판

추미애 의원이 요즘 말문을 열었다.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추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까지 ‘희망메시지’란 제목으로 정세와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왔다. 메시지가 중단된 것은 대북송금 특검문제가 불거지고, 신당 창당 논의가 시작되면서. 추 의원은 지난달 12일 ‘선인장’이란 시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다섯 건의 ‘정치적 견해’를 올렸다.

추 의원은 11일 한·일정상회담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가졌다며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추 의원은 “우린 너무 안이하게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이고, 민족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정책을 무시당하고도 지나쳤음이 안타깝다”며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 정책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을 ‘믿는’ 이들이 많은 만큼, 그의 행보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당 창당에 대한 그의 의견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안 신주류가 처음 워크숍을 연 지난 4월 추 의원은 신당을 추진하는 쪽의 개혁성을 문제 삼아 매섭게 쏘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의원은 당시 “신당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과 신당과 관련한 인터뷰를 갖자는 본지의 요청에 “할 말 없다”는 답으로 신당 참여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내비쳤다.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부쳐’란 글을 통해 신당을 반대하는 구주류쪽 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추 의원은 예의 직설로 “박상천 의원님, 정균환 의원님 두 분께서 용단을 내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시라”고 밝혔다. 이런 추 의원을 두고 민주당 구주류쪽에선 “신당쪽 사람들에게 포섭당한 것이며, 신당에 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반격했다.

추 의원은 한바탕 논쟁을 겪은 뒤 7일 시를 한 편 썼다. ‘심(心)’이란 제목의 시는 두 갈래로 나뉜 민주당 안 사정을 그린 뒤, 스스로 마음을 다잡겠다는 추 의원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 의심하고… 등 돌리고 있습니다/마음에 가시를 품은 채/안으려고 한다면/안기는 사람도 안는 사람도/서로 아프다고 할 것입니다… /마음의 가시가 녹도록/기다리겠습니다…”여성들은 추 의원을 ‘차세대 여성지도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요즘 적잖이 서운한 눈치다. 추 의원이 호주제 폐지, 여성 할당제 등 여성현안을 푸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여성의원들이 주도해 낸 호주제 폐지법안(민법개정안)에 추 의원은 여성의원으로선 유일하게 서명하지 않았다. 추 의원은 여성현안에 대해 늘 “그 문제는 내가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답을 피해 온 게 사실이다.

“여성성을 내세워 정치적 성공을 이룬 이가 아니어서, 특별히 여성문제를 대변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부딪히는 벽과 한계가 있을 텐데, 그럴 땐 어쩔 셈인지 좀 답답하다.”여성단체 한 인사의 지적이다.

그를 잘 안다는 한 원외 지구당위원장의 설명은 좀 다르다. “추 의원은 이미 중진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굳힌 사람이다. 그의 움직임 하나가 표를 움직이고 정치판세를 바꾼다. 그의 정치활동 자체가 여성현안의 구현 아닌가.”

추 의원의 신당에 대한 견해가 바뀐 것을 두고 일각에선 호남 사람이 40%가 넘는 지역구 동향에 따른 것이란 풀이를 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서울시 지역구 의원 가운데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높기로 이름난 이다.

“추 의원은 정치를 아는 사람이다. 차기 대권주자라는 큰 흐름을 타면서도, 순간의 정치적 선택은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다. 능숙한 정치인에겐 여성현안이나 신당문제가 다를 수 없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훌륭한 정치인이다.” 민주당 한 여성 당직자의 ‘추미애론’이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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