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육상 샛별’ 양예빈
2019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신인상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서 ‘폭풍 스피드’로 역전
7월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29년만 신기록
중1 때 단거리 종목 전환
“롤모델은 올림픽 금 6개 앨리슨 펠릭슨”

올해 폭풍 같은 질주로 육상계 '샛별'로 등장한 양예빈(계룡중3)의 나이는 이제 15살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박정현 사진작가
올해 폭풍 같은 질주로 육상계 '샛별'로 등장한 양예빈(계룡중3)의 나이는 이제 15살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박정현 사진작가

올해 5월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600m 계주에서 무섭게 질주한 여중생이 있었다. 충남대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양예빈(15·계룡중3)이었다. 선두와 꽤 차이 난 상황. 그는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했고 바톤을 받고 뛰기 시작한 지 약 30여초 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양예빈은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육상 샛별’ 양예빈의 이름이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육상계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하기 했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250만 건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사를 얻었다.

양예빈을 실제로 만났다. 트랙 안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리던 그는 인터뷰를 할 때는 부끄러운 듯 목소리가 작았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 옆에서 (영상에 관해) 말해주니까 실감이 나고 저도 놀랐다”며 “친구들이 제게 와서 ‘(동영상) 또 떴다’ 말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회에서 400m, 200m, 16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올랐다.

양예빈은 올 7월에는 한국 육상에 모처럼의 신기록을 세웠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우승했다. 1990년 김동숙의 55초60을 0.31초 단축한 29년 만의 신기록이었다. “기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믿어지지 않았어요.”

양예빈은 엄사초등학교 5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멀리 뛰기를 하면서 육상에 입문했다. 활동적인 걸 좋아한 덕분에 훈련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지역 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내는 것도 좋았다. 육상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개인 레슨을 받았던 딸이 피아노를 더 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양예빈이 지난달 26일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정현 사진작가
양예빈이 지난달 26일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정현 사진작가

계룡중 1학년 겨울 방학 때 김은혜 중학교 코치의 제안으로 육상 단거리 선수로 종목을 바꿨다. 김 코치는 “예빈이가 세단뛰기나 멀리뛰기를 하기에 탄력이나 리듬감이 좋았는데 멘털 부분이 약했다. 결승까지 6번이나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 마인드 콘트롤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스피드는 조금 보완해야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이었다. 종목 전환 뒤 2년도 안 돼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양예빈은 더욱 강해졌다

그의 롤모델은 미국의 앨리슨 팰릭스(34)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4차레 올림픽에 나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를 딴 단거리 선수다. 얼마 전 출산 후 몸을 추스린 뒤 9월 도하세계육상선수권대회 혼성 16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모든 종목(200m·400m·1600m)을 다 잘 뛰고 팔 동작이 부드러워요.”

양예빈의 장점은 키에 비해 긴 다리다. 지금은 163cm이고 하체는 약 100cm에 이른다. 하체가 길다보니 보폭이 커 달릴 때 유리하다. 평균적으로 양예빈의 보폭은 2m이다. 최근에는 보폭을 줄이고 있다. 김 코치는 “예빈이가 성장하는 단계다. 에빈이가 가지고 있는 근력에 비해 부상의 위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예빈은 쉴 때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보는 평범한 중학생으로 돌아간다. 양예빈에게 콘서트에 간 적 있냐고 물어보니 아직 가지 못했다고 했다. 평소에 짜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쉽지 않다고 했다.

달리기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그냥 제 성적을 계속 깨 나가고 있으니까 힘들어도 해 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국가대표를 꿈꾸기에는 다소 이른 나이. 그는 “모든 점을 보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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