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끔 옛날 생각 많이 나고 해 질 무렵이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긴 하는데 자주 그런 건 아냐.”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대사다. 1982년 봄에 태어난 김지영은 국문학과를 졸업해 홍보대행사를 다녔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착한 남편, 귀여운 딸과 함께 특별할 것 없지만 잔잔한 일상을 보내던 그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다른 사람처럼 이야기를 했다. 마치 빙의에 걸린 듯이 말이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그의 남편은 김지영에게 몸 상태에 대해 물었다. 김지영은 위의 대사처럼 별 일 아닌 듯 이야기를 한다. 과연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임신과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김지영은 홀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했다. 보통의 여성처럼 김지영은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라는 길을 걷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자신이 해오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기혼 여성의 일·가정양립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첫째 아이를 임신한 취업 여성(5905명)의 65.8%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기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거나(50.3%), 다른 일을 한 것(15.5%)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해도 복귀 후 돌아오면 임금을 삭감하거나 책상이 없어지는 등 불이익을 당해왔다. 많은 여성들은 제도적인 법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거나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과 동시에 여성에겐 또 하나의 시련이 찾아온다. 그건 ‘경력단절’이다. 첫째 아이를 임신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81.3%가 출산 전에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왜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은 여성의 몫이 되어야 했을까. 다시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돌아가보자. 김지영이 회사 복귀를 위해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속에서 시어머니는 김지영에게 큰 화를 낸다. 아들이 육아휴직을 쓰고 집에서 살림과 아이를 돌보는 일을 절대 볼 수 없다고 한다. 남편 또한 직장 동료가 육아휴직 후 복귀 했을 때 책상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국 김지영의 회사 복귀는 물거품이 되었다. 똑같이 태어나 같은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했던 두 사람의 결말은 너무도 달랐다. 꿈 많고 욕심도 많았던 김지영은 결국 경력단절과 독박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경력단절과 독박육아를 겪는 여성들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이돌보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보미는 돌봐줘야 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돌봐줄 돌보미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아이돌보미를 많이 확보해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경력단절이 되는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육아휴직을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 더 이상 경력단절과 독박육아는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내 동생, 내 딸들이 지금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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