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드랙과 퀴어로 상상한 춘향전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드랙과 퀴어로 상상한 춘향전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2.02 18:13
  • 수정 2019-12-03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랙킹콘테스트 기획단 기획
12월8일~9일
드랙으로 ‘춘향전’ 각색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드랙킹 콘테스트’는 “‘드랙(Drag)’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사회에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고 언론들이 다뤘다. ‘드랙’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성별과 성 지향성에 관계 없이 의상과 화장, 언동으로 특정 정체성을 모방하고 표현해 성별 이분법을 교란시키는 것을 말한다. ‘제1회 드랙킹 콘테스트’가 주목 받은 이유는 그때문이었다. 무대는 불변하는 정체성으로서의 남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드랙킹 콘테스트’가 3회를 맞았다. 이번 ‘제3회 드랙킹 콘테스트’는 12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극장 정동마루에서 열린다. 그동안 드랙킹 콘테스트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2회 때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라이브 공연이 있었다. 드랙킹 콘테스트를 여는 기획단의 일원들은 드랙 공동체 드랙갱즈를 통해 지난 8월 ‘드랙갱즈X하우스오브허벌’을 열었고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드랙문화와 볼룸 문화를 알리는 워크숍도 진행했다. 3회를 맞은 드랙킹 콘테스트는 전과 또 다른 시도를 한다. 바로 1950년대 여성 예술인들만의 잔치였던 ‘여성국극’을 접목한다. 조선시대부터 사랑받아온 ‘춘향전’이 드랙으로 구현된다. 

제3회 드랙킹 콘테스트 ‘드랙X여성국극’에 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춘향역 승연과 몽룡역 아장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덕경
제3회 드랙킹 콘테스트 ‘드랙X여성국극’에 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춘향역 승연과 몽룡역 아장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니나

 

이번 제3회 드랙킹 콘테스트를 준비 중인 기획단 아장맨, 하은, 시몬, 훈님(모두 가명)을 만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공연을 살짝 들여다봤다. 개인들의 퍼포먼스가 중심이 된 앞선 공연들과 달리 이번 드랙킹 콘테스트에서는 모든 퍼포머가 ‘춘향전’의 캐릭터가 될 예정이다. 아장맨은 “시작부터 페미니즘적이고 퀴어적인 여성국극에 끌렸다”며 “첫눈에 드랙쇼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1948년 처음 여성국극을 무대에 올린 여성국악동호회는 해방 후 남성 국악인만이 중심이 되는 데에 반발해 결성됐다. 모든 등장인물을 여성 배우가 맡아 연기해 과감한 애정 표현까지 해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당대 최고 인기 배우였던 남장 배우 고 조금앵 선생이 팬이었던 여학생의 청으로 가상결혼식을 올린 일화도 있을 정도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하은은 새로운 형태의 쇼를 시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연출 과정에서 ‘드랙쇼인가’ 혹은 ‘여성국극인가’를 많이 고민했다”며 “드랙쇼의 정체성을 크게 가져가며 여성국극 장르에 안일하게 접근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려 드랙장르에서는 흔한 ‘립싱크’를 중심으로 작품을 개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훈은 우리가 아는 청춘남녀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악인 변사또에 고난을 겪던 데서 더 나아간다고 말한다. 그는 “성소수자성을 각 캐릭터에 삽입함으로써 더 다차원적으로 인물을 교차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기획단 전원은 페미니스트다. ‘춘향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한목소리로 “구시대의 한계가 아쉬웠다”고 말한다. 이들이 비튼 춘향전은 조금 더 퀴어하고 조금 더 강하다. 훈은 “변사또가 여색을 밝히는 이유는 여성성을 시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춘향전의 맥락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며 “어떤 현상에 대해 과도하게 이성애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을 관객들에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시몬은 “구시대기 때문에 성차별적으로 보이는 지점은 어쩔 수 없이 있었다. 우리는 여성들이 이를 비틀고 권력을 점유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기획단은 남성과 여성만이 존재하고 둘만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사회의 편견을 넘어선 상상력으로 가득한 것이 연출 포인트이자 의도라고 말한다. 

한편 기획단은 지난 1년 사이 드랙킹 콘테스트의 변화만큼 한국 드랙무대의 변화도 느낀다고 말한다. 아장맨은 가장 큰 변화가 제1회 드랙킹 콘테스트 때 도입했던 성폭력 관련 규칙을 많은 드랙 행사와 무대가 차용하게 된 점이라고 말한다. 1회 때 기획단은 사전입장객에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 즉각적인 강제퇴장 조치를 하고 연락처를 받아내는 등 클럽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강경한 규칙을 도입했다. 그는 또다른 하나로 여성의 유두노출을 꼽았다. “처음 드랙을 시작했을 때 유두 노출을 금지한 클럽이 있었다. 유두 노출은 여성으로서의 나에게나 드랙 연기에 있어서나 중요한 부분이어서 자괴감을 느꼈는데 드랙킹 콘테스트가 지난 후 그 클럽에서 캐스팅이 들어오더니 유두노출을 허용했다. 아주 뿌듯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에서 ‘방자’역을 맡은 연극학과 재학생 이지구(이유지)는 공연을 앞둔 소감을 말했다. “학교에서 연기하던 중 성별 때문에 하고싶은 역에 지원조차 못하는 절망감과 납작하게만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에 답답함을 느꼈다. 실제로 동기 중에는 여자라서 4년 내내 ‘창녀’역만 한 사람도 있었지만 남자들은 그런 제한이 없었다. 그동안 입체적인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컸다.”

제3회 드랙킹 콘테스트 올헤일 ‘드랙X여성국극’은 인터렉티브쇼로 공연 중 사진 촬영과 호응, 배우와의 소통이 가능하다. 현재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9017966)에서 예매 중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