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씨, 여성신문 대상 상고 포기
여성신문 기고 제목·내용 모두
“명예훼손 성립 않는다” 판결
“스스로 비판 자초” 지적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공직자의 강간문화 실천 행위 옹호한 사법부와 청와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 “우리가 눈까지 뿌려야겠냐”를 열어 청와대 피켓을 향해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7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탁현민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한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의 발언과 여성신문의 명예훼손 인정한 사법부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활동가들은 임 실장의 “첫눈이 오면 탁 행정관을 보내 주겠다”는 발언을 빗대어 스프레이 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여성신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난 2017년 7월 여성신문 인터넷판 기고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소송을 낸 데 대해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기고문 제목과 내용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는 여성신문사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김은성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7일 탁 자문위원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에서 기사 자체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단 기고문을 발췌한 트위터 기사는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1심 배상액보다 줄어든 500만원으로 배상액이 인정됐다. 항소심 판결은 공인에 대한 언론보도의 명예훼손 여부를 폭 넓게 판단한 것으로 주목된다. 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유통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은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탁 자문위원은 2017년 7월 25일 여성신문에 실린 <[기고]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7월 25일 <그 ‘여중생’은 잘못이 없다 - ‘탁현민 논란’에 부쳐>로 수정)라는 제목의 기고문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탁 자문위원이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내정되면서, 그가 쓴 『남자마음설명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 등에서 여중생과의 성관계, 임신한 여교사에 대한 성적 언급 등이 왜곡된 성의식과 여성관으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안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주요 신문-방송 등에서 900건이 넘지만 탁 자문위원은 여성신문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밝힌 명예훼손 성립하지 않는 3가지 이유

항소심 재판부는 여성신문 기사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고에 허위사실 적시가 없다는 점 △(취재)기사가 아닌 (외부)기고라는 점 △공직자의 성 인식은 감시·비판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기고가 탁현민 자문위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성 인식 내지 양성평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저서들을 발간하여 이에 대한 비판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탁 자문위원의 여성신문 명예훼손 항소심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공직자의 가치관, 도덕성, 성 인식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기고자가 원고의 발언과 유사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원고의 저서의 내용에 비추어 추단할 수 있는 원고의 성 인식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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