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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박사?”냐고 묻지마시라. 그냥 박사다. 성은 ‘박’이요 이름은 ‘사’다. 북칼럼니스트이자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 조선일보에 <행복한 만화가게>를 연재중이며, 웹진 <컬티즌>과 영화잡지 <스크린>엔 만화 칼럼을, <보그걸>에 TV비평 등 온갖 매체에 칼럼을 쓰고 있다. 또 프리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다. 어찌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고양이 애정 고백서라 할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란 책도 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씨와 같이. 현재 고양이 노루기, 까루기 말고도 <사탕발림> 사무실이 집인 요도크란 새까만 페르시안 고양이와 더불어 할짝할짝 인생을 핥으며 사는 그녀. 틈틈이 퀼트를 배우고, 옷을 만들고 도자기를 만든다는 박사씨. 왜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해?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어요.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일반적인 행태로 고양이를 키웠죠. 키우다 집 나가면 말고, 또 키우다 집 나가고. 그러다 지금 여섯살 된 노루기, 까루기를 키우면서 얘들하고 평생 살겠다 생각하고 공부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고양이 이름이 노루기, 까루기? 뭐야?

“노란 얼룩 고양이, 까만 얼룩 고양이예요. 쿠쿠.”

음…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면 뭐가 좋아? 뭐가 달라졌어?

“고양이를 키우면서 다른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생명에 대해서도.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란 책에 보면 나오는데.”

책을 펼쳐서 보여준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열렬한 애정은 주변의 다른 동물, 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돌아보게 해준다. 나는 우리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감으로써 얻게 되는 큰 장점 중의 하나가 그러한 깨달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우와. 장난이 아니네. 고양이랑 살자면 불편하지 않아?

“불편하죠. 카펫을 놓으면 다 뜯어내요. 풍선이나 의자도. 고양이 때문에 포기하는 게 너무 많아. 검은 옷도 그래요. 고양이 털이 다 붙어서.”

그럼 검은 옷 안 입어?

“아뇨. 개의치 않고 입어요. 사람들이 ‘아니, 개털이?’하고 쳐다봐요. 후후. 이번에도 2층 침대를 살까 생각했는데, 그럼 고양이들이 나랑 못 자잖아. 사다릴 못 타니까.”

앗. 고양이랑 같이 자?

“그럼요. 문진이야 문진. 양쪽에 끼고 자면 묵직한 게, 얼마나 행복한데. 얘들 사람이에요. 양보해야 될 때가 있어도 고양이는 절대 양보 안 하거든요. 하지만 손이 많이 가진 않아요. 그리고 아프단 소릴 못 하니까. 고양이는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는 동물이에요. 아프면 숨어버려요. 조용하다고 내버려두면 심각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계속 이어진 고양이 예찬. 쭈욱. 그런데 왜 고양이를 수술시키잖아. 발정기 오지 말라고. 그건 왜 그래?

“수술시키는 거,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에요. 하지만 안 시키면 병에 걸릴 위험성도 크고, 암컷은 발정기 때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에요. 그걸 견딘다 해도 스트레스로 살이 엄청 빠져요. 수컷은 집을 나가는데, 만약 나가서 구역 싸움에서 지면 못 돌아와요. 딴 동네를 헤매는 도둑고양이가 되거나 죽거나. 김은희의 ‘나비가 없는 세상’이란 만화를 보면, 고양이가 나갔다가 사람한테 각목으로 맞아서 눈이 튀어나와서 돌아와요. 그건 단편적인 예인데, 목걸이를 한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에요. 돌아다니면 다 도둑고양이로 보니까.”

으… 고양이 얘기는 그만. 그런데 독신주의야?

“독신주의는 안 하려고 그래요. 독신주의도 제약이니까. 제가 하는 말이 먹여살리고 싶은 남자를 만나면 결국 할 거다. 그건 대학 때부터 하던 생각이에요. 난 이기적인 인간이라서 그 정도 남자를 만난단 이야긴 너무 사랑한단 얘기잖아요. 그럼 같이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 정도까지?

“왜 우리 한국남자들 그렇잖아요. 여자가 먹여살린다 그래도 꿍하지 않는 트인 남자를 만나고 싶단 말이죠. 한국 정상적인 남자들은, 진보적이란 남잘 만나도 굉장히 뿌리가 깊어요. 그 생각은 첫 연애 때, 그러니까 대학 1학년 때니까 열아홉 살 때도, 걔하고도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나보다 세 살 위였고, 4년을 사귀었으니까 그럴 만도 한데.”

아직 지독한 연애를 못 해봐서 그런 건 아니고?

“난 사랑에 잘 빠지는 사람이에요. 앞 뒤 분간 못하고. 그래도 그 남자의 결점이 보여요. 이게 곧 끝날 거라는 게 보이고. 언젠간 끝날 감정에 일생을 걸고 싶진 않아요. 거기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감정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이 됐어요. 그저 생활이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은 내가 책임져야할 부분이고. 하지만 내가 책임져야할 생명이 있으니까. 그리고 고양이는 내가 참 사랑 받고 있단 느낌을 줘요. 결혼하는 게 사랑 받는단 느낌 때문 아닌가?”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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