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창립된 지 60주년이 되었다. 부침의 세월 동안 한국여성운동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여성운동을 이끌어 왔으며, 여성의 권익신장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과 제도를 구현해 왔다. 여협의 의미있는 여성운동의 60년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60년을 향해 내딛게 될 여성운동의 바람직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1989. 5.11. 폭력배격 범여성대회 사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1989. 5.11. 폭력배격 범여성대회 사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1980년대는 여대생에 대한 경찰의 성추행·성고문 사건을 비롯한 성범죄, 가정폭력범죄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다. 1960년대부터 버스여차장의 인권보호, 직장내 성차별 등 여성의 인권침해문제 개선을 위해 앞장서왔던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는 1984년 대학생시위에서 체포된 “여학생에 대한 경찰의 추행”사건에 대해 강력한 개선책과 관계자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법무부 및 내무부 장관에게 송부했다. 여협은 1986년 5월에 발생한 여성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여기는 ‘부천경찰서 여대생 성적 고문·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내무부장관과 치안본부장 앞으로 항의문을 송부했고, 여협 단체기관지인 <여성(女聲)> 7월호에 항의문을 실어 전국 여성단체들에 이를 알렸다. “여성의 비인격화와 치명적인 인권유린에 대한 치안당국의 자성”을 촉구하고,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폭력 개입”을 용납할 수 없으며, “여성의 성을 수단화하는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및 고문자 색출과 엄벌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1989년 5월 여협은 부산 동의대 캠퍼스 내 화염병 폭력에 의해 발생한 수명의 인명피해를 계기로 ‘폭력배격 범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성폭력을 단호히 배격하며 이를 위해 교육, 계몽, 사회분위기 정화 등의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고, 용산역으로부터 1.5km에 달하는 시가행진을 했다.
 

1990년대 여협은 성폭력을 개인적 문제로 여기던 일반인의 의식을 ‘사회적 범죄’로 인식을 전환시키고, 엄격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적절한 조처를 강구하는 법제도 마련의 성폭력 대책관련 입법운동을 펼쳤다. 1993년 여협은 “올바른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여성·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를 개최했다. 여협을 비롯한 여성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1993년 12월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1986년 여협내 ‘근로여성고발창구’를 통해 직장내 인권침해사례를 상담·접수해 이에 대한 대책 강구·해결에 직접 대처해왔는데, 여성폭력 중 특히 ‘성희롱’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었다. 예컨대, 1994~1998년 5년간의 근로여성 고발창구 상담사례 총 570건을 자료화하여 사례집을 만들고, 이 가운데 직장내 여성에 대한 폭행과 성희롱 90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1994년에는 <여성>지 6월호에 “성희롱을 예방하는 길”특집을 냈다. 여협은 1995년 제32회 전국여성대회에서 “기업주는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시키는데 적극 나서고, 정부는 성희롱 추방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을 경주할 것”의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성희롱문제 해결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내 성희롱의 예방’조항(제8조의2)이 신설되었다. 2000년대에도 여협은 성희롱사건 책임자처벌 촉구대회 개최, 성명서 발송,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외에도 여협은 1996~1997년 전국여성대회에서 정부의 ‘가정폭력방지법’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연달아 채택했고, 결국 1997년 12월 31일에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후에도 여협은 2010~2013년 전국여성대회를 통해 성폭력, 가정폭력을 비롯한 모든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것을 결의했고, 특히 2013년 제49회 전국여성대회에서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과제”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해 실효적인 가정폭력 방지책을 제시했다.
 

여협은 2000년 제37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사이버공간에서의 여성비하와 성폭력근절을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 촉구”건의문을 채택했고, 2001년 ‘사이버 성폭력 추방’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2003년에는 ‘가족위기: 울타리 안의 폭력’주제로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 기념토론회를 개최해 가족폭력 방지를 위한 법적 보호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여협은 2010~2018년 매해 개최한 전국여성대회에서 성폭력, 아동학대, 음란물 및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정부에 이를 호소했다.
 

2016년 여협은 “여성폭력, 이제는 마침표!”주제로 제51회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해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스토킹 등 모든 여성폭력 근절이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천명했다. 2018년 1월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MeToo운동이 전개되자 여협은 선두에 서서 성폭력에 관한 법제·개정 및 정책건의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여성들과 연대했다. 여협은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와 미투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전국미투지원본부’를 발족했다. 더 나아가 여협은‘권력형 성범죄’와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야4당 및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함께 공동개최했다. 여협을 비롯한 여성계의 주장에 따라 2018년 12월 24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어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강화된 정책들이 마련되게 되었다. 2019년 1월에는 ‘국가대표 선수에게까지 일어난 권력형 성폭력,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여성폭력반대에 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여협은 사이버 성범죄 등 모든 여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그날까지 법제도 개선 촉구와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위한 교육 등을 통한 여성운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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