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발표
응답 선수 60% “폭력 당했다”
(성)폭력 목격 경험, 절반 넘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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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거예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제 인생동안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20대 후반)

“어디 애들은 인성이 좋은데 어디 나온 애들은 정신이 쓰레기네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세요. 서로 대화가 되고, 선수를 존중을 해줘야 선수도 그만큼 따라주게 되는데요. 선수를 그냥 쓰고 버리는 물건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데려왔는데 실적을 못 내면 자르면 그만이지. 이런 식이예요.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고, 선수에 대한 배려도 없고, 지도자들도 선수들한테는 존칭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20대 후반)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서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가 난거예요.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고, 왜 와서 선생님한테 가슴 대 가슴으로 못 안기냐고 그랬어요.”(30대 후반)

실업팀 성인선수 10명 중 6명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22일부터 8월5일까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56개 종목 4069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응답한 1251명 중 언어폭력 33.9%(424명), 신체폭력 15.3%(192명), 성폭력 경험 11.4%(143명) 등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과 신체폭력, 성폭력 경험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성)폭력 목격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56.2%(704명)였다.

실업팀 선수는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를 말한다. 이번 조사 결과 성인 선수들이 학생들에 비해 인권침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비율은 여성 선수 37.3%, 남성 선수 30.5%였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 선배 선수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 폭력 발생장소는 훈련장 또는 경기장이 88.7%로 크게 높았다. 숙소 47.6%, 회식자리 17.2% 등이었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실업선수는 26.1%로 ‘머리박기, 엎드려뻗치기 등 체벌’ 8.5%, ‘계획에 없는 과도한 훈련’ 7.1%,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5.3%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경험 주기는 ‘일 년에 1~2회’ 45.6%, ‘한 달에 1~2회’ 29.1%, ‘일주일에 1~2회’ 17.0%, ‘거의 매일’ 8.2% 순이었다. 폭력 장소는 훈련장(73.1%), 합숙소 또는 기숙사(44.5%)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남성선수는 선배 운동선수가 58.8%, 여성선수는 코치가 47.5%로 나타나타났다.

신체 폭력 피해 선수 중 67%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38.5%는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33%는 소심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등 대다수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싫다고 분명히 말하고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 대처는 6.6%에 그쳤다.

실업선수가 직접 경험한 성희롱·성폭력 유형에서는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손·볼· 어깨·허벅지·엉덩이)’을 경험한 선수는 1251명 중 66명(5.3%)이었다. 남성 선수(2.2%) 보다는 여성 선수(8.4%)들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더 당했다.

성폭력 피해 세부 유형으로는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팔베개,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 4.1%(남 1.4%·여 2.7%), ‘신체의 크기나 모양, 몸매 등에 대한 성적 농담 행위’ 6.8%(여 5.2%·남 1.6%), ‘강제 키스, 포옹, 애무’는 여성선수 11명, 남성선수 2명의 피해가 확인됐다.

디지털성범죄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촬영’ 피해 경험자는 여성 선수 11명, 남성선수 2명이었다. 성폭행(강간)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었다. 여성 선수 2명, 남성선수 1명이었다.

인권위는 “이번 실업팀 선수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 결과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성인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매우 심각함을 확인했다”며 “특히 실업팀 직장운동부는 여성선수들의 인권침해에 취약한 환경으로 원하지 않는 회식강요, 직장 성희롱 및 성차별, 결혼이나 임신‧출산으로 인한 은퇴 종용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여성지도자 임용을 늘려서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실업 선수들은 인권침해 피해를 당해도 문제제기할 경우 팀이 해체되거나 보복과 불이익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며 “계약을 통해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지만 자기 연봉 액수도 모르는 등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되어 스포츠 인권 교육은 물론 노동인권교육도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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