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여성의 편이 아니었다
누구도 여성의 편이 아니었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1.26 08:27
  • 수정 2019-11-26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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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새 연이은 비보
여성 연예인에 따르는 루머, 악성댓글
사법체계 조차 등 돌려
걸그룹 카라의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가 7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걸그룹 카라의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가 7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죽음에 이르자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여성들을 더는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를 이뤘으나 루머와 악성 댓글은 이들을 옭아맸고 어렵사리 드러낸 폭력 피해를 두고 사법부와 언론, 누리꾼은 새로운 가십으로 소비하며 2차 가해를 했다. 여성들 곁에 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11월 24일 가수 구하라(28)씨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9월 구씨는 전 연인 청담동 헤어숍 대표 헤어디자이너 최종범(28)씨로부터 주거침입 및 폭행, 성관계 동영상 유출 협박, 불법 촬영 등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론은 최씨의 불법촬영물 제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존재를 알렸다. 또 협박의 피해자인 구씨가 최씨에게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이 여과 없이 공중파를 탔고 언론에 불법촬영물을 제보하고자 했던 최씨의 모든 말이 기사화됐다. 그 사이 일부 네티즌들은 최씨가 유포하려 했던 ‘불법촬영물’을 찾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던 구씨를 두고 ‘당할 만했다’라며 손가락질 했다. 결국 지난 5월 구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타인에게 발견 돼 가까스로 살아났다.  

최씨와 법정 다툼에 들어가고서도 구씨의 편은 없었다.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 측은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씨가 언론에 제보하려 한 영상을 확인했다. 이에 구씨 측 법률대리인이 “관계 영상인 것은 분명하고 양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장이 확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무리 비공개라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차 가해다”라고 맞섰으나 법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판결에 이르러서도 구씨는 여성으로서, 공인으로서 배려를 받을 수 없었다. 8월29일 재판부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상해, 협박, 강요, 재물손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촬영)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중 2018년 8월 구씨의 신체 일부를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는 자신의 판결을 기다리는 일반인들이 20여 명 들어찬 재판정에서 첫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인 최씨와 구씨의 관계를 살핀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만남의 계기, 동거 계기, 성관계 장소 및 횟수 등을 밝혔다. 익명의 법조인은 “피고인이 강간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이전 관계에서의 성관계 여부를 언급해 판결 중 언급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번 사건은 맥락상 왜 언급이 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납득할 수 없는 재판부의 판결과 고인이 겪었던 루머와 가십성 소모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구씨의 소식이 전해진 후 SNS에서는 추모의 물결과 함께 최씨와 1심 판사였던 오덕식 부장판사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네티즌들은 최씨와 오 부장판사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총공격과 해시태그(#최종범_처벌) 캠페인에 나섰다. 아울러 네티즌들은 최씨가 법정 공방 중 청담동에 헤어숍 H를 열며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 부장판사 또한 과거에도 성범죄 판결에 있어 가해자 중심적인 양형을 했었다며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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