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서귀포를 아시나요』 북토크
제주 서귀포 올레길 알리고
‘남영호’ 추모비도 세우고파

 

제주 서귀포를 찍은 사진 앞에 앉은 서명숙 작가 ⓒ마음의숲 출판사
제주 서귀포를 찍은 사진 앞에 앉은 서명숙 작가 ⓒ마음의숲 출판사

웃음이 가득하던 북토크 현장에 노랫소리가 퍼졌다. “동백꽃 송이처럼 예쁘게 핀 비바리들 콧노래도 흥겨웁게 미역따고 밀감을 따는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1974년 크게 유행했던 노래 ‘서귀포를 아시나요’였다. 곡을 작사했던 정태권 선생의 노래에 맞춰 관객들은 박자 맞춰 박수를 치고 노랫소리를 흥얼거렸다. 노랫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서귀포는 모두의 고향이었다. 

‘걷는 여자’ 서명숙의 일곱 번째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가 지난 10월 출간됐다. 제주 올레길을 개척하고 걸어 보여 걷기 열풍을 만들어냈던 서 작가다운 책이다. 박지현 화가의 가볍고 맑은 수채화로 담은 제주 올레길 풍경과 때로는 무겁고 진지하게, 때로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필치로 써내려 간 서 작가의 문장이 서귀포를 활짝 열어젖힌다. 

21일 출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린 『서귀포를 아시나요』 북토크는 제주 서귀포를 담은 글과 그림과 사진이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제주 올레길 곳곳을 카메라로 담은 여섯 작가들 김덕영, 김진석, 민상집, 송정근, 신병문, 손민호의 사진들과 책의 삽화로 들어간 박지현 화가의 원화들이 전시됐다. 

“내가 나고 자랐고 배반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정말로 다시 사랑하게 된 서귀포, 십년 내내 걸으며 다시 보이는 길, 풍경,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서 작가는 본래 앞서 낸 책 『영초언니』 이후로 책을 더 쓸 생각이 없었다. 출판사 대표가 책을 쓸 것을 권유했지만 몇 번을 고사했다. 그러나 매일 서귀포를 걷는 동안 매번 새롭게 보이는 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지현 화가가 그린 제주 올레길 곳곳 ⓒ여성신문
박지현 화가가 그린 제주 올레길 곳곳 ⓒ여성신문

 

“모든 도시가 오해 받을 수밖에 없지만 올레길을 내고 보니 작은 도시의 매력이 켜켜이 지층처럼 쌓여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어요. ‘서귀포를 정말 아시나요?’ 십년 간 들여다 본 서귀포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귀포와 올레길은 육지의 관광객들이라면 제주도를 들렀을 때 반드시 꼭 가는 대표적인 관광코스가 됐다. 서 작가는 묻는다. 올레길에서 본 천지연 폭포의 굽이쳐 흐른 물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아느냐고. 또 아름답기만 한 남쪽 땅 푸른바다 서귀포의 가슴아픈 역사는 아느냐고 묻는다. 

“서귀포의 풍광과 다정함도 쓰고 싶었지만 아픈 역사인 1970년의 남영호 사건도 책을 통해 꼭 알리고 싶었어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일어난 사건이었어요. 갑자기 하교하란 말에 신이나 동네로 돌아왔더니 어귀부터 통곡 소리가 울리고 있었어요. 서귀포항에 들어오던 시신들까지……. 잊을 수가 없는 사건이에요”

남영호 사건은 1970년 12월15일 서귀포항에서 출항한 정기 여객선 남영호가 침몰해 319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틀에 걸친 결항 끝에 출항한 배에는 정원보다 41명의 사람이 초과해 탑승해 있었고 감귤 상자가 수백 상자 더 실려 배가 하중을 버틸 수 없었다. 지금 남영호 사건 피해자들의 위령탑은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주차장 서쪽에 자그맣게 마련돼 있다. 서 작가의 바람은 주차장 서쪽 한 켠 공원에 놓인 위령탑을 서귀포에서 바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지만 창살로 막아 주차장으로 쓰는 서귀포항으로 옮겨오는 곳이다. 남영호가 떠났던 곳이자 남영호의 피해자들이 들어왔던 바로 그곳으로. 

이날 북토크에는 책의 제목을 따온 노래 ‘서귀포를 아시나요’의 작사가 정태권 선생과 조정래 작가가 함께 해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정태권 선생은 멋들어지게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정래 작가와 서명숙 작가 ⓒ여성신문
조정래 작가와 서명숙 작가 ⓒ여성신문

서 작가는 제주도 출신의 어머니와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아버지를 두었다. 북토크의 끝에 서 작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책을 통해 과거의 남영호를 알리고 미래의 비전과 꿈을 알리려 했어요. 어머니의 땅 제주의 한라산과 아버지의 땅 함경북도의 백두산. 고향을 그리워한 아버지는 평생 걸어 무산까지 가고 싶어 했습니다. 산티아고에서 국경을 걸어 건너며 판문점을 우리는 걸어 건너지 못 한다는 것을 절감 했어요. 제 마지막 꿈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걷는 것입니다.”

 

박지현 화가가 그린 제주 서귀포 올레 10코스의 해변 풍경. 박지현 화가는 『서귀포를 아시나요』의 삽화를 맡았다.  ⓒ박지현
박지현 화가가 그린 제주 서귀포 올레 10코스의 해변 풍경. 박지현 화가는 『서귀포를 아시나요』의 삽화를 맡았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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