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20대 중반부터 독립영화 매력 빠져
“영화로 세상 바꾸고 싶은 마음”
“여성 서사에 대해 주목하고 지지하는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김동현(45)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다. 2006년 프로그램 팀장으로 서독제에 발을 들인 그는 사무국장을 거쳐 2017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서독제는 45회째를 맞이했다. 서독제의 역사는 한국청소년영화제(1975~1988)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관단편영화제(1994~1995)와 한국독립단편영화제(1999~2001) 등을 거쳐 2002년부터 서독제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경쟁 독립영화제다. 이번 달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역대 최다인 1368편의 공모작이 접수됐고 이 중 심사를 거친 118편이 상영된다. 개막작 1편을 포함해 본선경쟁 부문 33편, 새로운 선택 부문 18편, 특별초청 부문 47편, 해외초청 부문 10편, 아카이브전 9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서독제가 여성 서사 영화의 변곡점이었다고 했다. 달라진 기류를 감지했다는 것이다. “2017년에 미투나 젠더 이슈가 넘치면서 독립영화에도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동안 장편 영화에서는 한 해의 주인공(가장 화제가 됐다는 의미)이 된 작품이 남자 감독들의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영화제를 해보니 여성 감독들의 숫자가 많아졌고 남성 감독들도 여성 서사를 많이 풀어나가더라고요.”
상업 영화와는 달리 창작 환경이 조금 더 자유롭고 부담이 덜한 독립영화에는 유난히 젠더나 미투,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의 비중이 높다. 여성 주연 비중도 높다. 상대적으로 상업 영화에 비해 젊은 창작자들이 많다 보니 이슈에 민감하고 바로 작품에 반영된다는 게 김 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올해 독립영화에서 돌풍을 이끈 김보라 감독의 ‘벌새’도 지난해 서독제에서 상영됐다.
달라진 기류는 공모작부터 감지된다. 여성 창작자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올해 서독제에 출품한 감독 1404명 중 여성은 590명으로 42%였다. 이 중 상영하는 신작 부문(본선 경쟁·새로운선택·특별초청)의 여성 감독 비율은 47%(102명 중 48명)이다. 이 부문은 2015년 처음으로 40%대(47%)를 넘어섰고 2017년 51%가 가장 높다.
“대학교 영화과에서는 (성비가) 반반인데, 아직 상업영화에서는 ‘유리천장’을 못 뚫고 있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 쪽은 균등한 것 같아요. 기본적인 창작 환경에서 여성들의 작업을 좀 더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성독립 영화에 대한 이슈가 한국영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영화제에서 ‘여성 집행위원장’은 흔치 않다. 김 위원장이 2017년 집행위원장을 맡을 때만 해도 여성 집행위원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했다.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더라고요. 여성이 집행위원장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여성 감독님들이나 배우들이 많이 응원해 줬습니다.”
김 위원장은 20대 초중반이었던 1990년 중반부터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져 시네마테크(미개봉 영화 상영 혹은 영화 세미나를 여는 영화관)에서 활동했다. 고향인 강릉의 한 문화재단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는 씨네필(영화팬)들과 어울렸다.
1999년부터 열린 정동진독립영화제 출범에 힘을 보태고 3회 때부터는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왜 독립영화에 빠졌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가 주는 자극이 좋았어요. 씨네 필(영화팬)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