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가 돌봄 의무 때문에
직장서 부당 대우 안받도록 법제화
1999~2008년 관련 소송 400% 증가
임신·육아휴직 차별 사례가 67%
노동자 승소율 50%, 합의금 50만불
특히 여성원고 승소율 51.6%
“고평법 개정해 차별 막아야”

육아휴직 중인 한 여성이 14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dosage for cialis site cialis prescription dosage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가족책임차별은 노동자가 가족에 대한 돌봄 의무 때문에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발생하는 고용차별의 한 형태다. 한국에서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가족책임차별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한 여성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유아차를 미는 모습. ⓒ여성신문

자녀가 갑자기 아파서 회사에 “오늘 출근하기 어렵다”고 상사에게 알리자 해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에서는 해고한 상사의 행위를 ‘가족책임차별(Family Responsibility Discrimination·FRD)’이라고 정의한다. 가족책임차별은 노동자가 가족에 대한 돌봄 의무 때문에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발생하는 고용차별의 한 형태다. 한국에서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미국의 FRD처럼 법 개정을 통해 가족책임차별 금지를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성평등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 포럼에서 “결혼·임신·출산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탈과 재진입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비정규직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족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을 개정해 가족돌봄 책임이 있는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성평등 관점에서의 저출산 대응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여성학회 주측으로 모인 전문가들은 지난 9개월 동안 돌봄, 고용, 일·생활 균형, 출산·양육 지원 등 4개 영역에서 필요한 정책 과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과정과 승진에서 받는 차별은 결국 결혼과 출산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모든 개인은 성별과 관계없이 노동자이자 양육자의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노동시장과 가족 안에서 하루빨리 성평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과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은 결혼과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성평등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 포럼에서 미국처럼 가족책임차별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성평등사회를 위한 저출산대책의 방향’ 포럼에서 미국처럼 가족책임차별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미 교수는 “가족돌봄의 책임을 특정 성별에게 지우거나 임신, 출산을 포함한 가족돌봄으로 인한 불이익이 차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 고용차별금지법(1964년 시민법7조), 가족의료휴직법(1993년 Family and Medical Leave Act·FMLA)을 기본 축으로 은퇴자법, 장애인법 및 주 법들에 산재된 관련 법 조항들의 적용을 통해 제재되고 있다. 메사추세츠 하원법(2015), 펜실베니아 하원법(2015), 상원법(2015)에서 가족에서의 지위·혼인 상 지위 및 가족 돌봄 책임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1999년부터 2008년 사이 고용차별 소송은 줄어든 반면, 가족책임차별 소송 사례는 400% 증가했다”며 “고용차별 소송 사례에서 근로자 승소율은 평균 30% 이하이지만 가족책임차별 소송은 근로자 승소율이 5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여성이 원고일 때 승소율은 51.6%에 달했다. 소송 판결 보상액, 합의금은 평균 50만불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책임차별 소송 사례 중 67%는 임신·육아휴직 관련 차별 사례였다. 뒤 이어 노인돌봄 차별이 9.6%, 아픈 자녀 돌봄 7%, 아픈 배우자 돌봄 4% 등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품질관리 기술직으로 일하는 여성 A씨는 아침 출근 전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출근하기 어렵다”고 알렸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자살 시도를 하는 딸의 병원 치료 관련 회의가 갑자기 잡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양해를 구했지만, 상사는 “출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A씨를 해고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상사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여성 B씨는 회사를 상대로 가족책임차별 소송을 진행했다. 첫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 휴가를 받은 B씨는 출산한 지 일주일만에 상사로부터 “즉각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상사는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통했다. B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복귀하기 힘든 상태이고 휴가 중이다”라고 답했으나 상사는 B씨를 해고했다. 이 사례도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교수는 “돌봄책임차별 금지는 일·가족 양립 정책의 계층형평성을 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고용주의 잘못된 관행을 교정해 일·가족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고평법 제2조에서 ‘가족 안에서의 지위’의 정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하도록 ‘가족 안에서의 지위 및 돌봄책임’으로 바꾸고, ‘가족돌봄 책임이 있는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 조항을 추가하는 입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